[사설] 정치권은 국가시스템 개조 작업도 병행하라

입력 2016-11-25 18:43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5일 야권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처리 시한으로 제시한 12월 9일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9일까지 표결에 부치기로 합의했다. 당장 비박계로부터 성토당한 정 원내대표가 탄핵발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막을 명분도, 힘도 없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경우 헌법재판소는 최장 180일간 심리를 한다. 정치권은 이 시간을 정쟁이나 대권 놀음에 허비하지 말고 최악의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 시스템을 손보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순실’이라는 일개 사인(私人)이 민간 기업은 물론 국가 공조직에까지 어떻게 광범위하게 개입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일부가 왜 막지 못하고 부역을 하게 됐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과제가 개헌이다. 현재 200명에 가까운 여야 의원들이 개헌추진 모임을 구성했고 정치학계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 1987년 헌법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최순실 사태 역시 민주화 이후 30년간 산업화 통치 모델, 즉 박정희 모델을 청산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개헌에 부정적 또는 소극적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자기) 세력에 유리한 개헌을 꿈꾸는 정치인이 있는데 다 물리쳐야 한다”고도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찌 할지 논의도 하기 전에 이리 나오면 역설적으로 국정농단이 가져다준 국가 대개조의 기회를 허무하게 놓쳐버릴 수 있다.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대한민국의 국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방안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