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한 권세 말씀 따라 복종해야 하나요?

입력 2016-11-25 21:03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롬 13:1∼2)”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그리스도인과 세상의 권세를 설명하고 있는 로마서 13장 1∼7절 말씀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2일 개최된 한 구국기도회에서는 로마서 13장을 근거로 기독교인은 대통령 하야를 요구해선 안 된다는 발언이 나왔다. 권세는 하나님이 세웠기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기독 네티즌은 이에 대해 “권세야말로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됐기에 위정자는 이를 바르게 사용해야 하며, 만약 이를 어길시에는 불복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도행전 5장 29절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다”로 설명을 보충했다.

교회 역사 속에서 로마서 13장은 다양하게 해석돼 왔다. 기독교 공인 전까지 국가는 교회를 박해해왔다. 이 때문에 당시 신자들은 자신들을 로마의 시민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 인식했다. 사도행전(5:29) 구절이 근거였다.

그러나 기독교가 공인되자 로마서 13장의 권세는 핍박하는 권세가 아니라 일반적 권세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전체 구절은 권세에 저항 없이 복종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중세에는 이를 교황의 권세로도 확대 해석했다. 마르틴 루터는 교회와 국가라는 ‘두 왕국론’을 펼치며 경건과 평화를 위해 각각 존재해야 한다고 보았다. 장 칼뱅도 통치자들을 ‘하나님의 사역자’로 규정하며 국가 권력의 임무는 공공복지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극단적 종교개혁가들인 재세례파는 조건적 복종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와 교회로부터 모두 핍박을 당한 역사가 있다. 재세례파의 한 분파인 메노나이트교회는 “우리는 정부와 사회기관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거룩함의 가르침을 더럽히거나 모독하지 않고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충성을 타협하게 하지 않는 한 참여할 수 있다”고 신앙고백에 명시한다. 이어 “(우리는) 오직 하나님만 두려워한다(벧전 2:17). 정부가 요구하는 사항들이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것들과 대립될 때, 그리스도인은 인간의 권위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힌다.

신학자 칼 바르트도 로마서 13장에 대해 “일정한 질서에 의해 규정되고 한계를 지닌 복종”이라고 해석했다. 국가권력에 대한 복종도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된 기능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한에서 타당하다는 것이다. 히틀러 나치정권의 광기를 경험한 후로는 이 같은 견해가 더 우세해졌다. 실제로 성경에서도 국가권력에 대한 복종을 거부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히브리 산파들은 이집트 바로왕의 명령을 어기고 남아(男兒)를 살렸다. 신바벨로니아의 느부갓네살왕이 금신상 숭배를 명하자 다니엘의 세 친구들은 거부했다(단 3:13∼27). 다니엘은 기도 금지령을 어기고 기도를 강행했다(단 6:10).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 탄생을 보고하라는 헤롯왕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마 2:8, 12). 고린도전서 6장은 국가권력을 ‘불의한 자들(9절)’로 표현했고, 요한계시록 13장은 적그리스도로 규정했다.

교회역사가인 미국 UCLA 옥성득 교수는 “로마서 13장은 ‘복종’이라고 쓰고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책임적으로 참여함’으로 읽어야 한다”며 “세상 정권이 선할 때 기독교인은 시민의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불의할 때는 요한계시록 13장에 나오는 용과 짐승의 정권(권세)으로 알고 대항해야 한다. 때를 분별하는 것이 역사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백석대 채영삼(신약학) 교수는 “민주공화국 체제에서 ‘위에 있는 권세’는 ‘국민’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대통령과 관료들은 그 권세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공복(公僕)”이라고 했다. 백 교수는 “만일 공복들이 악을 자행하고 선을 파괴한다면 헌법에 따라 바로잡으면 된다”며 “교회는 영적 기관으로서 그들의 회복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