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 전인 지난해 3월에는 이들의 합병에 부정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4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배경을 추궁했다. 청와대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국민연금이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8일 국민연금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를 논의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두 회사의 합병설을 국민연금과 엘리엇이 논의한 첫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돼 있고 제일모직은 주가가 터무니없이 올라 두 회사의 합병은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삼성그룹은 2개월여 뒤인 지난해 5월 26일 두 회사의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은 엘리엇이 지난해 6월 3일 최광 당시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보낸 공문에 명시돼 있다. 공문에서 엘리엇은 최 이사장에게 3월의 논의를 상기시키며 합병에 반대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에게 민간 인사들이 주도하는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소집해 찬반을 논의하도록 요청했으나 홍 본부장은 이를 무시하고 7월 10일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합병 찬성 입장을 결정했다. 그러자 엘리엇은 사흘 뒤 공문을 보내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에 개입하거나 고려돼선 안 될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드러내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민연금의 결정 이후 합병 찬성 여론이 커졌다. 7월 17일 합병 주총에서는 참석 개인주주의 84%가 찬성했고 전체 동의율은 70%에 육박했다. 당시 시세차익을 노리고 먹튀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엘리엇에 대한 반대여론이 강해 외려 찬성률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삼성의 비선실세 최순실씨 지원 의혹이 불거지면서 찬성표를 무리하게 던진 국민연금의 입장선회 이유가 검찰 수사의 초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홍 본부장은 주총 10일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이 부회장은 주총 8일 뒤인 25일 청와대 별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 삼성그룹은 “홍 본부장은 주요 주주 중 하나로 만났고, 박 대통령을 만난 시점은 주총 이후여서 지원 대가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다는 주장은 시점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3월 25일 승마협회장에 취임했다. 합병 발표 2개월 전이었다. 최씨는 합병 주총이 열리던 날 독일에 코레스포츠를 설립했다. 9월 이후 삼성은 코레스포츠(이후 비덱스포츠로 변경)와 말 구입 등 승마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을 분할 송금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청와대 압력설도 제기된다. 최 전 이사장은 최근 KBS 인터뷰에서 “(홍 본부장을) 교체하려 하니까 청와대나 복지부에서 같이 1년 연임시키자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은 이후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일하게 합병 반대 리포트를 냈던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전 사장도 한겨레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이 전문위를 소집하지 않고 직접 결정하기로 했을 때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개입설이 돌았다”고 전했다.
검찰에 출두한 문 이사장은 청와대 지시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며 “전문위원에게 전화한 것도 의견을 물어본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지방 양민철 기자
fattykim@kmib.co.kr
국민연금, 작년 3월 ‘합병’ 반대→ 7월 찬성 급변 왜?
입력 2016-11-25 0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