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빅3 ‘안진’ 위상 흔들…檢, 대우조선 분식 회계에 법인 차원 관여 조사

입력 2016-11-25 14:37

국내 회계업계 ‘빅3’로 꼽히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하 안진)이 위기에 몰렸다. 검찰이 법인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관여했는지 조사에 착수하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회계업계 전체 구도 변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 22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정황을 발견하고도 ‘적정’ 외부감사 의견을 내준 혐의로 안진 배모 전 이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실무진뿐 아니라 감사팀 안에서까지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실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회사 차원에서 안진이 분식회계에 관여했는지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배 이사는 이사 직함을 지니긴 했지만 이른바 ‘파트너’로 불리는 담당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진 등의 지시 여부를 확인해야 이를 증명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24일 “규정상 회계법인 차원의 묵인 방조 지시가 있다면 영업정지 처벌까지 내릴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법인 차원의 책임 유무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18일 안진의 제휴사 영국 딜로이트의 로저 대센 부회장이 검찰 관계자를 찾아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암시한다.

영업정지가 내려지지 않는다 해도 안진의 입지가 흔들리는 건 마찬가지다. 현재 소액주주 700여명이 대우조선해양과 안진을 상대로 430억원대 집단소송을 건 상태다. 국민연금이 제기한 489억원대 소송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의 200억원대 소송을 합하면 1000억원 넘는 규모다.

위기감은 안진 내부에서도 역력하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산업은행이 안진에 주던 일감을 끊으면서 박상은 전무 등 15명이 지난해 8월 경쟁업체인 한영회계법인으로 이탈한 바 있다. 안진에서는 최근 인력 단속을 위해 연봉을 소폭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제휴사 딜로이트가 안진과의 관계를 끊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회계업계는 해외 거대 법인과 연계한 삼일·삼정·안진·한영 4개 업체가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중소 회계법인은 업계에서 ‘로컬’로 불린다. 최근까지 대형 회계법인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딜로이트가 다른 로컬 중 제휴사를 골라 새로운 빅4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업계 4위로 평가받는 한영이 현 제휴사인 언스트앤영과 제휴를 끊고 ‘빅3’로 발돋움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