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 정원섭 목사, 수사관 상대 23억 배상판결 받아

입력 2016-11-24 21:38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정원섭(82·사진) 목사가 과거 자신을 고문하고 허위 자백을 강요한 경찰관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3억여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검찰과 1심 법원,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임태혁)는 정 목사와 가족들이 당시 수사 경찰관들과 기소 검사, 1심 재판장과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수사 경찰관 3명과 그 유족들이 정 목사에게 23억8800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정 목사는 1972년 파출소장의 11살 딸이 성폭행 후 살해당한 이른바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경찰관들은 정 목사에게 고문과 회유, 협박 등 강압 수사를 했고, 허위 자백과 조작된 증거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정 목사는 감옥에서 수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

15년간 옥살이 끝에 출소한 뒤에는 신학공부에 매진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12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권고했고, 정 목사는 77세이던 2011년 재심 끝에 비로소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 목사는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멸시효가 걸림돌이 됐다. 형사보상금을 받고 6개월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아 권리가 사라졌다는 이유로 패소했고, 당시 경찰관과 검사·재판장을 추가로 포함해 재차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담당 경찰관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 목사와 그 가족들이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에 대해서는 “수사 경찰관들의 위법 수사나 증거 조작 사실 등을 알면서도 기소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1심 재판장에 대해서도 “위법 수사임을 알면서도 부당한 목적으로 판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의 배상 책임 역시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