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잭팟… 최형우 FA ‘인생 역전타’

입력 2016-11-24 21:30
최형우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 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타율, 타점, 최다 안타 부문 3관왕을 수상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2017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로 꼽힌 최형우는 사상 최초로 ‘몸값 100억원’시대를 열고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는다. 뉴시스
한국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100억원 시대가 열렸다. FA 제도가 시작된 지 불과 17년 만에 총액 100억원이라는 ‘유리 천장’이 깨지면서 몸값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24일 오후 외야수 최형우(33)와 4년간 계약금 40억원, 연봉 15억원 등 총액 10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박석민이 NC 다이노스와 맺은 4년 총액 96억원을 뛰어 넘는 역대 FA 최고액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1999년 FA 제도 도입 이후 올해 처음으로 100억원 시대를 열게 됐다.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최형우는 11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14, 234홈런, 911타점, 705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올 시즌 138경기에 출장해 타율 0.376 144타점을 기록하며 타격(타율·타점·최다안타) 3관왕을 달성했다.

최형우는 “KIA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 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준 KIA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는 멋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형우는 한때 팀에서 방출된 설움을 극복하고 역대 최고 몸값 선수라는 인생 역전 드라마를 썼다.

최형우는 2002년 2차 6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이후 3년간 1군 무대라고는 6번 밖에 밟지 못했을 정도로 철저한 무명이었다. 급기야 2005년에는 팀에서 방출되는 수모까지 겪었고, 어느 팀도 자신을 받아주지 않아 군 복무로 경찰 야구단에 입단해 어렵게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병역을 마친 최형우는 2008년 삼성에 재입단하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그는 “삼성에 재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몇 경기나 뛸 수 있을까 걱정했다”면서 “그래도 한 번 방출된 후 독한 마음을 먹고 재기를 노렸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재입단한 그해 12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6 19홈런 71타점으로 늦깎이 신인왕을 받았다. 이후 최형우는 사자 군단의 붙박이 4번 타자로써 맹활약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4연패와 정규시즌 5연패에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한국에서 최고 몸값을 받는 선수가 됐다. 최형우는 “나를 키워준 삼성을 떠난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 그 동안 성원해 준 삼성 관계자들과 팬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다만 단기간에 지나치게 선수들의 몸값이 뛰어 올랐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011년 이택근(넥센)이 50억원, 2013년 강민호(롯데)가 75억원, 지난해 박석민이 96억원에 계약한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100억원 시대가 열렸다. 5년 만에 몸값이 두 배가 오른 셈이다.

한국 프로야구 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몸값 거품이 너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최고 FA 잭팟을 터트린 최형우는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진출한 박병호와 비슷한 돈을 매년 받게 된다. 박병호의 연봉은 약 16억원이다.

FA가 과열되면서 프로야구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도드라지고 있다. 2011년 2400만원이었던 최저연봉은 5년이 지났지만 단 300만원 오른 2700만원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1경기당 대략 1740만원을 받는 최형우가 단 두 경기만 나와도 최저연봉을 뛰어넘게 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