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대표성을 갖는 ‘표준 게놈(유전체) 지도’가 나왔다.
2003년 국제 공동 연구진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백인 표준 게놈 지도가 처음 완성된 후 흑인, 몽골·중국인 등 인종별 게놈 지도가 잇달아 공개됐지만 인구 집단을 대표하는 수십명의 표준 게놈 지도가 만들어진 것은 세계 최초다. 한국인 고유의 유전 특성 규명과 정확한 질병 원인 및 예측 연구, 맞춤 치료제 개발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 박종화 교수·조윤성 연구원팀은 전국 각지에 사는 한국인 41명의 게놈 정보가 통합된 표준 게놈 지도 ‘코레프(KOREF)’를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게놈(Genome)은 생명체가 갖고 있는 유전정보(DNA)의 총체를 말한다. 게놈 안에 있는 약 30억 염기쌍의 서열을 해독한 게놈 지도는 생명현상 이해에 필수적이다. 1980년대 말부터 13년간 진행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인간 표준 게놈 지도는 백인 중심의 자료여서 인종별 특징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2009년 중국이 중국인 1명과 흑인 1명의 게놈 지도 초안을 만들어 인종별 차이점을 일부 제시했지만 완성도와 정확도가 낮았다.
박 교수팀은 2008년 한국인 최초의 게놈 데이터를 발표했다. 여기에 40명의 게놈 정보를 이번에 추가 해독해 통합함으로써 한국인 고유의 특징이 드러나도록 한 것이다. 박 교수는 “기존 백인 중심의 인간 표준 게놈을 기준으로 삼으면 한국인 1명의 돌연변이 수치가 400만개로 나타나는데, 코레프를 활용하니 이 수치가 300만개로 감소했다”면서 “이는 100만개의 돌연변이가 단순히 인종 차이에서 발생하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코레프와 이미 공개된 9개의 다른 인간 게놈지도를 비교·분석한 결과 민족별로 구조적 차이를 더 극명히 파악할 수 있었다. 조윤성 연구원은 “예를 들어 미국인은 갖고 있지만 한국인에 없는 염색체상 큰 영역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면서 “이런 결손 영역에 중요한 유전자가 있을 경우 질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레프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로부터 신뢰도와 정확도가 확보된 데이터로 공인받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국가 참조표준’으로 정식 등록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부터 울산시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게놈 코리아 프로젝트’와 연계해 앞으로 1만명 이상의 한국인 표준 게놈 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한국인 ‘표준 게놈 지도’ 나왔다
입력 2016-11-2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