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토요일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가 또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거대한 함성으로 메아리칠 것으로 보인다.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잠깐 시간을 내서 찾아볼 만한 전시회가 있다. 서울시청 지하 1층에 있는 시민청 시티갤러리에서 24일 개막된 ‘라 콜라보라시옹, 프랑스의 나치부역자들’이라는 전시회다.
‘콜라보라시옹’이란 프랑스어는 협력 또는 공동작업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널리 쓰이지만 대문자 C로 표기될 때 의미는 사뭇 달라진다. 독일에 항복한 프랑스 비시 정부의 페탱 원수가 프랑스와 독일 간의 ‘협력’이란 뜻으로 사용한 이래 ‘Collaboration’은 프랑스에서 독일 점령기의 부역행위를 일컫는 치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번 전시회 제목의 ‘콜라보라시옹(Collaboration)’은 대문자 C로 시작된다. 이 전시는 2014년 해방 7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 국방부가 주최한 ‘라 콜라보라시옹, 비시 파리 베를린 1940∼1945’란 특별전을 한국 민족문제연구소가 유치했다.
프랑스 국립기록보관소가 소장한 독일 점령기 자료를 중심으로 나치에 협력했던 부역자들의 행위와 반역사적 범죄, 그리고 나치의 지배정책 등을 전시한 특별전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관람했다. 해외 전시는 서울이 처음이다.
개막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한국과 프랑스는 똑같이 광복 70주년을 맞았는데 기념의 방식은 달랐다”며 “대한민국은 과거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미래로 가자는 그야말로 공허한 기념을 했는가 하면 프랑스에서는 고통스럽고 굴욕스러운 과거를 기억하는 행사를 했다.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기록 전시회였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콜라보라시옹의 주역들’ ‘공공의 적’ ‘경찰 조직의 콜라보라시옹’ ‘문화예술계와 언론계의 나치 부역’ ‘경제계의 나치 부역과 강제동원’ ‘가자, 전선으로! 독일군과 함께!’ 등 6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나치 부역과 관련한 주요 사건들과 인물들, 부역에 사용됐던 각종 책과 포스터, 문서 등이 전시장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부역’이란 말은 지금 한국의 파괴된 민주주의 상황에서 국정농단에 책임있는 이들이 되새겨야 할 단어가 아닐까.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주말산책, 여기 어때요-‘…프랑스의 나치부역자들’ 展] 나치에 협력 반역사성 자료 통해 낱낱이 고발
입력 2016-11-2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