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의 소득 수준 분포는 ‘와인 잔’ 형태를 띤다. 저소득층인 아랫부분은 비교적 두툼하다. 중간소득 계층으로 올라가면 급격하게 얇아지다 연봉 1억원을 훌쩍 넘는 고소득층으로 가면 다른 모든 계층을 압도할 정도로 두터워진다. 검사 판사 변호사가 되는 유일 통로이며 다수의 정치 엘리트를 배출하게 될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심각한 계층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로스쿨 학생 31%는 억대 수입 가족
로스쿨 재학생 6080명(올해 2학기 기준) 중 1880명은 한 해 억대 수입을 올리는 집안의 자녀로 파악됐다. 로스쿨생 10명 중 3명 수준이다. 전체 가구를 10개 등급으로 나누는 10분위 분류 체계에서 최상위인 9·10분위에 해당한다. 9분위는 상위 20%로 월 소득 1043만∼1359만원, 10분위는 상위 10%로 월 소득이 최소 1360만원이다. 상위 10%인 10분위는 로스쿨 정원의 24.8%를 차지하고 있다.
9분위 이상 고소득층 자녀 중 364명은 경제적 배려 대상으로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로스쿨은 의무적으로 30% 정도는 장학금으로 줘야 한다. 워낙 잘사는 학생이 많이 다녀 일부 로스쿨에선 9, 10분위도 장학금 수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양대(56.9%)와 한국외대(51.9%)는 9분위 이상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다.
일년에 2000만원쯤이야…
9·10분위로 드러난 1880명은 장학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소득이 확인된 경우다. 장학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인원이 1859명이나 된다.
로스쿨 등록금은 서민에겐 살인적이다. 지난해 기준 사립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1년에 1920만원이었다. 성균관대가 2189만2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1859명 중 소득이 많지 않지만 이를 드러내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등록금이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부잣집이거나 세금 등의 문제로 소득을 드러내기 어렵거나 장학금 대상자로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먹고살 만한 가정으로 추정하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장학금 미신청자 비율 1위는 건국대다. 무려 57.0%(재학생 121명 중 69명)다. 건국대 관계자는 “교육부에 소득분위를 보고하지 않았다. 자체 기준을 적용해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이화여대는 51.9%(295명 중 153명), 서울대 50.3%(465명 중 234명)였다. 서울대 관계자는 “장학금을 준다고 하는데 신청을 왜 안 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부자 아니면 빈자, 중간은 없다
9분위 이상 인원과 장학금 미신청자를 합하면 고소득 로스쿨생의 규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9분위 이상과 등록금 미신청자를 더하면 무려 61.5%다. 서울 소재 로스쿨에서 이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한데 건국대 77.7%, 이화여대 75.9%, 고려대 75.2%였다.
다른 계층은 어떨까. 기초생활수급권자∼2분위는 1051명으로 17.3%다. 가장 적게 버는 계층에서 일부분이나마 법조인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로스쿨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중·하 소득인 3∼5분위는 9.8%, 중·상인 6∼8분위 694명 11.4%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로스쿨 관계자는 “중간소득 가정에서 로스쿨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원인을 종합적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로스쿨 ‘돈스쿨’]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와인 잔’ 소득 분포
입력 2016-11-24 18:30 수정 2016-11-24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