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일부 기업에 ‘뇌물 공여’ 혐의… 朴과 연관성 추적

입력 2016-11-25 04:04
문형표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시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4일 방송사 카메라기자들이 역대 기재부 차관들의 얼굴을 찍고 있다. 검찰은 면세점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상목 1차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뉴시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일부 기업을 뇌물 공여의 피의자 성격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재단 기금을 낸 기업들을 ‘강요에 의해 돈을 뜯긴 피해자’로 판단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뇌물 공여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수사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이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정책본부, 서린동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것도 그 일환이다. 검찰은 SK와 롯데가 면세점 사업 선정 특혜를 바라고 K스포츠재단 출연 및 추가 지원금 검토 등을 한 것으로 보고 청와대와의 거래 여부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정부의 면세점 사업 개입 여부도 확인하기 위해 세종시 기획재정부 최상목 1차관실과 차관보실·정책조정국장실, 대전에 위치한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을 결정하는 주무 부처이고, 기재부는 관세청의 상급기관이다. 특히 최 차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공소장에 미르재단 설립 관련 실무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언급되는 등 이번 사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두 기업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해 워커힐면세점(SK)과 월드타워점(롯데) 사업권을 잃었다. 오랫동안 면세점 사업을 해온 두 기업은 이후 사업권 재획득을 추진, 다음 달로 예정된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사활을 걸어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올 2∼3월 박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을 각각 비공개 독대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두 그룹 총수가 박 대통령에게 면세점 인허가 민원을 제기하고, 이를 대가로 재단 지원을 약속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 독대 이후 본격적인 모금이 이뤄진 K스포츠재단 출연금 성격을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SK와 롯데는 올 2월 이후 K스포츠재단 기금으로 각각 43억원과 17억원을 냈다. K스포츠재단은 이에 그치지 않고 각각 80억원, 75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롯데는 5월 말 70억원을 별로도 냈다가 6월 검찰의 그룹 수사 착수 직전 돌려받았다. SK는 지원 규모를 30억원으로 축소해 제안했고, 최종적으로 지원이 무산됐다.

SK와 롯데의 K스포츠재단 지원 논의가 오가던 지난 4월 정부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4개 더 늘리기로 결정한다. 면세점이 크게 늘어나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지만 정부는 면세점 확대를 강행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SK와 롯데를 구제하기 위한 특혜가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검찰은 두 기업의 K스포츠재단 후원 및 추가 지원 논의와 정부의 면세점 확대 결정 사이에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및 정부의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 중이다.

검찰은 이 외에도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과 삼성 미래전략실을 23일 동시에 압수수색해 정부와 삼성의 뒷거래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혐의 물증 확보를 위한 수사로 보인다. 검찰의 연이은 기업 압수수색은 다음 달 출범을 앞둔 특별검사에 최대한 많은 증거자료를 넘겨주기 위한 복안으로도 해석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