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관련된 재단에 기부금으로 100억원을 출연했다면 그건 비용이다. 소득이 줄었으니 법인세도 덜 낸다. 최순실은 100억원 받아 좋고 기업은 청와대에 ‘보험’을 들고 세금도 덜 내니 좋았겠지.”
한 세무 전문가의 말이다. K스포츠재단이나 미르재단 기부금 명목으로 박근혜정부가 기업들로부터 수십억원을 거둬들이면서 혜택을 본 게 비선실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은 기부금을 내는 대가로 청탁을 하는 동시에 법인세 감소 효과까지 봤다는 얘기다.
야당과 일부 세무 전문가들이 주장해온 ‘법인세 인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정부 일각에선 최순실 게이트로 야당의 법인세 인상 주장을 막을 논리가 궁색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업회계 기준에 따르면 기부금은 기타비용으로 처리된다. 비용처리로 기업 소득은 자연스럽게 줄게 돼 법인세 규모도 감소한다. 기부금의 비용처리는 세 종류로 구분해 적용하고 있다. 지진이나 홍수 피해 기금, 국방헌금 등 법정 기부금은 대부분 비용으로 인정하고 문화·예술·교육 등은 지정 기부금이라고 해서 일정 금액까지만 비용 인정한다. 비지정 기부금은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기업이 기부한 내역을 살펴보면 삼성이 204억원으로 가장 많다. 현대차가 128억원, SK가 111억원, LG가 78억원을 냈다. 포스코, 롯데, GS도 40억원 이상을 냈고 한화와 KT, LS, CJ, 두산, 한진 등도 기부 명단에 올라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4일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지난해 말 기금을 출연했다”며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확인해보니 ‘사업 외 비용’에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22%인 법인세율을 이명박정부 당시 때 세율인 25%까지 올려도 좋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법인세율이 높은 편이라며 인상 불가론을 외쳤는데 비교 대상을 봐야 한다”면서 “대부분 선진국이 20% 후반에서 30%대인데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장만 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금들이 기업 사내유보금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법인세율 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이명박정부 때 전격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투자와 고용이 늘지 않고 기업소득·사내유보금만 늘었다. 이를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법인세 인상 빌미 준 ‘기부금’
입력 2016-11-24 18:55 수정 2016-11-24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