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대출 증가폭 최고… 질도 나빠졌다

입력 2016-11-25 04:04

3분기 가계부채 증가세는 제2금융권에서 이끌었다. 석 달 만에 11조원이나 늘어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금은행을 중심으로 한 제1금융권 가계부채 증가폭도 여전하지만 여신심사 강화 등 정부 규제로 제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본다. 일자리 대책 등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3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제2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액은 11조1000억원으로 2분기 10조4000억원의 폭증세를 다시 뛰어넘었다. 새마을금고가 3조4000억원 늘어 급증세를 주도했고, 상호금융(농협·수협·축협·신협 등)도 4조8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대출 총액을 뛰어넘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과 연계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제2금융권에서만 7조5000억원 늘었다. 이는 사상 최대 증가폭으로 은행권 기타대출 증가액(3조8000억원)의 배 수준이다. 은행을 이용할 수준의 신용등급이 되지 못하는 서민들이 생계가 어려워지자 이자 부담을 무릅쓰고 제2금융권에서 급전을 빌리는 것이다. 한은 금융통계팀 이상용 팀장은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난해 가계대출이 4조2000억원 늘어났는데, 올해 3분기에만 3조4000억원 늘어 지난해 총량의 80%를 3개월 만에 채웠다”며 “은행권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자 새마을금고나 상호금융 등으로 대출이 몰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대부업체의 대출 실적 가운데 일부가 통계로 잡히는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 실적도 4조4000억원 늘어 129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100조원 정도는 주택금융공사 등의 자산 유동화 몫이다. 나머지는 제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해 대부업체로 넘어가는 이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용카드와 할부금융회사를 통해 빌린 판매신용도 1조9000억원 늘어 증가폭이 2분기에 비해 배 이상 커졌다.

제1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전히 꺾인 것도 아니다. 증가폭이 2분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둔화됐을 뿐이다. 은행의 3분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3조4000억원 늘었다. 2분기보다 4000억원 더 증가폭을 키웠다. 여기에다 주택금융공사의 3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3조5000억원까지 합치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계부채의 급증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소비심리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규제가 원리금 상환을 동시에 하는 쪽으로 이뤄지다 보니 과거 이자만 갚던 시절에 비해 상환 부담이 더 높아졌다. 이 때문에 가계로서는 다시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으로 연결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 주목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 비율이 110% 아래로 떨어져야 미국처럼 소비가 살아날 텐데 한국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은 170%대를 기록 중”이라며 “가계부채 총괄 관리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높이거나 하우스푸어의 빚 부담을 완화하는 부동산 정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우성규 홍석호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