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GP서 가혹행위로 일병 자살… ‘제2 윤일병 사건’ 비극 되풀이

입력 2016-11-24 18:40
‘윤모 일병 사망사건’ 이후 2년이나 지났지만 군 내부 가혹행위는 여전했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박모(21)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 오전 4시쯤 강원도 철원 육군 제6보병사단 7연대 GP(최전방 초소) 소속 박 일병은 야간근무를 서던 중 스스로 총을 쏴 숨졌다. 박 일병의 죽음에는 분대장 제모(21·당시 계급) 상병과 분대선임 유모(21) 병장, 김모(20) 상병, 임모(21) 일병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유 병장은 근무가 미숙하다며 박 일병을 개머리판으로 구타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부GP장인 손모 중사가 폭행사실을 CCTV로 확인했지만 가해자에게 내려진 조치는 GP 철수 등 보직 이동뿐이었다.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는 지난 1월부터 심해졌다. 이들은 박 일병에게 구타와 폭언을 일삼고, 샤워장에서 뜨거운 물을 뿌리기도 했다. 박 일병의 어머니와 누나를 상대로 성희롱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등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돼 근무시간이 늘어났지만 선임병들은 박 일병에게 교대근무를 모두 떠넘겼다. 군인권센터는 박 일병이 1주일 동안 하루 12시간을 근무하고 4시간도 자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가해자들은 5군단 군사법원에서 1심 재판을 받았지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초범인 데다 범행을 인정했으며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게 이유였다.

군 검찰의 항소로 이미 제대한 예비역 제 병장은 부산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유 병장도 인천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일병과 임 일병은 군사법원에서 2심 재판 중이다.

군인권센터가 심리부검을 진행한 결과 박 일병은 우울증 등 어떠한 정신질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1심 판결문에는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박 일병이 자살에 이르렀다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