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은 버티는데 檢은 몰아치고… 기업들 ‘죽을 맛’

입력 2016-11-24 18:05 수정 2016-11-24 21:34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버티기를 계속하자 그 불똥이 기업들에 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 정도의 증거 확보를 명목으로 여러 기업들에 동시다발적인 수사가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들이 협박과 강요에 못 이겨 돈을 낸 피해자가 아니라 대가성 있는 뇌물공여자로 보고 수사가 진행되는 분위기여서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검찰이 24일 롯데와 SK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재계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뿐 아니라 면세점 인허가 등 전방위로 수사가 확대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일 최순실씨가 기소될 때만 해도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직접 출석해 적극적인 해명을 했고, 검찰도 기업들의 자금 출연이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일단 기업은 피해자로 분류됐다. 최씨 일가를 직접 지원한 삼성 정도만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하자 검찰도 ‘박근혜-최순실-기업’으로 연결되는 고리는 모두 조사하겠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명분은 박 대통령이 변명할 수 없을 정도의 충분한 증거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롯데와 SK 면세점 선정 과정을 조사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검찰의 기업 수사 방식이 너무 거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와 SK는 “재단 출연금은 강요 때문에 냈으며, 사업 편의나 로비 목적으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롯데는 월드타워점을 잃었고, SK는 워커힐면세점 운영권을 빼앗겼다. 이득은커녕 손해를 봤는데 대가성 거론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또 면세점 사업자 선정 이후 재단 모금이 시작됐기 때문에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힘없는 기업들을 상대로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뇌물 공여자가 되면 총수가 사법처리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수사가 빨리 마무리돼 억울한 부분이 해소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달 5일 국정조사에 대기업 총수 9명이 출석하고, 특검 수사도 예정돼 있어 기업들은 한동안 박 대통령과 검찰 사이에서 잔뜩 웅크린 채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