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곽 드러난 탄핵 일정, 질서 있게 추진해야

입력 2016-11-24 19:02 수정 2016-11-24 21:27
야권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9일까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혼선을 빚어왔던 국무총리 추천 문제는 더 이상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탄핵안 처리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국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걷히면서 예측 가능한 정치 일정을 마련할 수 있는 첫 단추가 채워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탄핵안 표결 결과와 헌법재판소의 결정 일정에 따라선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도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신중 모드에서 적극 추진 쪽으로 돌아선 것은 탄핵안 가결 여부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곧바로 박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고, 부결돼도 비난 여론이 새누리당에 집중되면서 대여 공세를 내년 대선 국면까지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소 안이한 판단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정치권 전체로 화살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질서 있는 탄핵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질서 있는 탄핵안 처리를 위한 장애물을 우선 제거할 필요가 있다. 예정대로 본회의 표결을 진행하려면 늦어도 다음 달 7일까지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선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관련 여부 등 공소장에서 빠진 내용을 무리하게 탄핵안에 포함시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뇌물죄 여부를 추가할 경우 입증에 시간이 걸려 헌재 결정이 최장 6개월까지 길어지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일각에선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공동 탄핵안을 발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 200명을 미리 확보해 탄핵 부결에 따른 후폭풍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해볼 만하다. 이달 말까지 합의 추대키로 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특검 후보 문제는 시간을 끌지 말고 조속히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

탄핵 절차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회는 40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다음 달 2일로 다가왔지만 여야 모두 관심 밖이다. 제대로 된 토론이 실종된 상태다. 일부 예결위원들에게 400조원의 운명이 맡겨져 있다. 특히 법인세율 인상 여부는 기업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함에도 졸속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탄핵안 표결 전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가 불발된 점은 못내 아쉽다. 여야는 탄핵안 표결이 끝나면 결과 여부를 떠나 구체적인 정국 수습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국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 자칫 비난의 화살이 역방향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