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은 ‘불토일’… 팬심도 불탄다

입력 2016-11-25 00:02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왼쪽)과 황선홍 FC 서울 감독이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알 아인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1차전에서 레오나르도(왼쪽)가 동점골을 넣은 뒤 김신욱(가운데), 로페즈와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뉴시스

이번 주말 하나만 골라 보기엔 아까운 축구 ‘빅매치’가 펼쳐진다.

K리그를 대표하는 전북 현대는 26일 오후 11시25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알 아인과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2차전을 치른다. K리그 최고의 라이벌인 FC 서울과 수원 삼성은 27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FA컵 결승 1차전을 벌인다.

전북, 10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 도전

전북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 2대 1 역전승을 거두고 2006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에 바짝 다가서 있다. 2차전에서 전북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알 아인은 2차전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전북은 최근 2년 동안 아랍에미리트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환경이 낯설지 않은 것은 호재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1차전에서 무실점 승리를 원했지만 1골을 내줬다”며 “꼭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는 원정에서도 이긴다는 생각으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원정에서 골을 넣을 좋은 선수들은 많다” 말했다. 최근 조커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라이언 킹’ 이동국은 “우리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알 아인이 홈에서 더 강력한 것을 보여 줄 것이다. 상황에 따라 극단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침착하게 준비하겠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전북의 전력은 최상이다. 김신욱, 이재성, 김보경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 레오나르도, 로페즈 등 외국인 선수들은 지난 20일 밤 현지로 떠나 컨디션을 조절하며 출격 대기 중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레오나르도다.

레오나르도는 1차전에서 후반 25분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32분엔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경기를 뒤집었다. ACL 13경기에 모두 출장한 레오나르도는 10골(2위)을 기록 중이다. 조별리그에선 한 골만 넣었는데, 그 골은 16강 진출을 위해 중요했던 장쑤 쑤닝(중국)과의 홈경기에서 무승부(2대 2)를 만든 골이었다. 이후 레오나르도는 토너먼트에서만 9골을 쓸어 담았다. 전북이 우승한다면 레오나르도가 무난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될 전망이다.

‘슈퍼매치’로 치러지는 첫 FA컵 결승전

2016 K리그 클래식을 제패한 서울은 여세를 몰아 FA컵 2연패와 구단 역사상 첫 더블(정규리그·FA컵 우승)을 달성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어게인 2013’을 꿈꾼다. 그는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었던 2013 시즌 울산 현대를 상대로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뒤집기에 성공하고 정상에 올랐다. 또 그해 전북을 잡고 FA컵마저 제패해 감독 최초로 더블을 달성했다.

황 감독은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FA컵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FA컵 우승과 준우승을 모두 해 봤는데, 그 엄청난 차이를 피부로 느껴서 잘 안다. 2등은 필요 없다”며 “부상 선수가 많이 없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 준비를 잘하면 좋은 1차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울은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트리오’의 막강 공격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아드리아노는 17골(2위)을 몰아쳤고, 데얀은 13골을 터뜨렸다. 박주영은 전북과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해결사 본능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7위에 그쳐 체면을 구긴 수원은 우승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간절하다. FA컵 우승컵보다 더 탐나는 것은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이다. FA컵 우승팀엔 다음 시즌 ACL에 출전할 수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2016년은 정말 힘들었던 한 해”라고 말문을 연 뒤 “하위 스플릿에 떨어지기도 했고 더 밑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이어 “서울의 공격이 강한데, 그것을 강하게 만드는 원인이 중앙”이라며 “미드필드 싸움이 열쇠가 될 것이다”고 경기를 전망했다.

수원의 ‘창’도 만만찮다. 공격 선봉엔 후반기에 펄펄 난 스트라이커 조나탄이 선다. 지난 6월 합류한 조나탄은 정규리그 14경기에서 10골을 뽑아냈다. 수원의 ‘쌍훈스(염기훈·권창훈·산토스)’도 위력적이다. 염기훈(4골 15도움)과 권창훈(7골 4도움) 산토스(12골 3도움)는 정규리그에서 공격포인트 45개를 합작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