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고소득층 자녀가 많은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추정된다.
교육부는 고액 등록금 때문에 서민층에 심리적 장벽이 생겼다고 본다. 로스쿨 등록금은 2000만원(사립 기준)으로 매우 비싸긴 하다. 하지만 장학금을 많이 주기 위해 등록금을 많이 걷는 구조다. 교육부가 24일 발표한 ‘2016년 법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지원 현황’을 보면, 전국 25개 로스쿨은 올해 등록금으로 916억원을 걷어 장학금으로 340억원을 내놨다. 등록금 소득 가운데 37.2%는 학생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장학금 지원을 받는 인원은 재학생 6080명 중 3432명(56.4%)이다. 등록금이 비싼 대신 장학금을 많이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간소득 계층이 저소득층에만 장학금 혜택이 집중된다고 오해하고 있어 로스쿨 진학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게 교육부 분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월 소득 619만원인 5분위까지는 학비 부담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부잣집 자녀가 많을수록 서민은 장학금 받기 쉽기 때문에 법조인의 꿈을 돈 때문에 접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부유층에 유리한 입학 제도도 원인으로 꼽힌다. 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리트)과 대학 학부 성적, 어학성적 등 정량평가와 면접·서류 등 정성평가(평가자 주관을 점수화)를 합산해 신입생을 뽑는다. 부유층이라면 대학을 다니며 학비·생활비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다. 로스쿨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 부유층 자녀라면 정량평가 점수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집안 배경을 이용해 다양하고 질 좋은 인턴 경험이 가능하다. 올해부터 금지되긴 했지만 지난해까지는 입학 자기소개서에 정치인·법조인 등 유력인사 자녀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었다. 모든 평가요소에서 부유층이 유리한 것이다. 부잣집 자녀가 많은 로스쿨들은 “입시에서 소득 수준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뽑아놓고 보면 부잣집 자녀”라고 입을 모은다.
집안 배경에 따라 변호사 자격증의 가치가 달라지는 점도 서민들이 로스쿨을 부담스러워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학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이 로스쿨에 진학해 3년 동안 실무까지 익히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법조인 등 집안 배경이 좋은 신임 변호사라면 부모나 친인척의 인맥을 활용해 법무법인(로펌) 등에서 양질의 실무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흙수저’ 변호사라면 현장에서 잡일만 하며 제대로 된 실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거액 등록금을 지불하고 힘들게 공부해도 ‘저소득 변호사’로 전락하기 쉽다.
글=이도경 김동우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로스쿨 ‘돈스쿨’] 연 2000만원 고액 등록금 서민계층엔 ‘심리적 장벽’
입력 2016-11-24 18:29 수정 2016-11-24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