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공산주의 시절 루마니아의 감옥 안에서 죄수들 간에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한 공산주의자가 이 예수님의 말씀은 부패한 권력자에게도 무조건 복종하라는 거 아니냐고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리차드 범브란트 목사는 “로마가 우리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냐? 그러니 궁둥이를 발로 차서 내어 쫓아라”는 뜻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기독교 목사와 공산주의자가 크게 웃으면서 의기투합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십 년 전에 읽은 책의 내용이 아직도 기억되고 있는 것은, 말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념을 뛰어넘어 진리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기 때문입니다.
시국을 위해 통성으로 기도하는 자리에서 가만히 들어보니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을 기도하는 소리와 임기를 채우기를 기도하는 소리가 함께 들려옵니다. 하나님도 골치가 아프실 것 같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저 사람의 기도가 어이가 없고, 저 사람에게는 이 사람의 기도가 어이가 없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이 말씀 때문에 오늘의 시국에서조차 많은 그리스도인이 정권을 향해 비난하거나 문제 제기하는 일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에게 내가 물었습니다. “바울시대 로마의 황제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누구지요?” 그 학생은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를 잘 알고 있었기에 별로 어렵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그야 국민이죠.” “그럼 국민이 대통령의 말을 들어야 하나요, 대통령이 국민의 말을 들어야 하나요?” 학생은 편안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격고 있는 문제는 대통령이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위에 있는 권세 위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사실 말입니다. 위에 있는 권세자는 반드시 하나님께 복종해야 한다는 뜻도 함께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위에 있는 권세’ 즉 국민에게 복종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에 있는 권세’인 국민이 ‘더 높은 위에 있는 권세’인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땅의 주권자인 백성은 하나님의 뜻을 잘 모르고 있고, 또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곡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드려야 할 기도는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드리도록 가르쳐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그러므로 나의 기도, 내 편의 기도가 아닌 우리 전체의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도는 이런 기도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하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사람도, 대통령의 임기를 지키려는 사람도 자기의 생각대로 기도하지 말고 ‘우리’의 아버지 뜻이 이루어지길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모두의 기도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예수께서도 자신의 기도를 드린 후에 “그러나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했고, 마리아도 “주의 계집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래도 내 뜻, 내 편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면 이 작전은 어떨까요? 내가 하나님 편이 되는 것입니다. “주여! 우리 편 군대가 이기게 해주세요!” 남북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 부하직원이 이렇게 기도하자 링컨 대통령은 깜짝 놀라서 가로막았습니다. “아닙니다. 그렇게 기도하지 말고 우리가 하나님 편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주여! 우리가 모두 하나님 편 되게 하소서. 국민도, 위정자도….
유장춘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바이블시론-유장춘] ‘우리’의 기도를 드리자
입력 2016-11-24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