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 목사님이 미국 시카고에 개척한 다인종 교회의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주인이나 종이 모두 하나라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설교는 약 5분만에 끝나고 백인, 흑인, 히스패닉, 한국인 각 1명에다 담임목사까지 다섯 분이 나와 인종 문제에 대한 패널 토론을 했습니다.
그 중 백인 청년은 어렸을 때 부모가 ‘너는 백인으로서 다른 인종들보다 우월하니 가난하고 열등한 인종들을 잘 도와주고 불쌍히 여겨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부모와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들로 인해 우월한 백인이 열등한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회개한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어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서 누가 우월하고 열등한지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 모두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고백은 제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원시 교회에도 지금과 같이 인종적인 갈등, 계급의 갈등, 성별의 차이에 따른 갈등이 존재했습니다. 바울은 이에 대해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 받은 신앙 공동체에서는 교회 밖 사람들과 달리 그런 모든 사회적 계급에서 해방돼 자유를 얻어야 하며,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로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계급을 타파해야 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족속이라는 사상은 소위 이방인들이 교회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나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 다른 배경을 갖고 있고 사상과 학문적 견해도 다르지만 하나가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가 선교를 할 때, 모든 인류가 하나님이 창조한 사람이라는 동등한 입장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웃을 도울 때, 우리가 우월하기 때문에 열등한 이들을 불쌍히 여기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과연 정말로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을 가진 자와 일반 시민, 남자와 여자, 한국인과 외국인, 남한 사람과 새터민, 심지어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모두가 하나님이 창조한 사람으로서 하나라는 것을 믿고 있습니까.
우리가 가진 것을 우리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나눈다는 것은 매우 귀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이 피부 색깔이 달라서도 아니며 인종이 달라서도 아니며 우리보다 기본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모두가 하나님이 창조한 사람들이며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모두 함께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이며 함께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도록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람입니다. 잠언 22장 2절은 “가난한 자와 부한 자가 함께 살거니와 그 모두를 지으신 이는 여호와시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신명기 15장 11절은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령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피조물입니다. 우월감을 갖고 도와서는 안 됩니다. 가진 자가 어려운 자들을 돕도록 하나님께서 재물을 주셨을 뿐입니다.
노세영 목사 (서울신학대 총장)
약력=△서울신학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미국 드루대 대학원 박사 △한국신학교육연구원 원장 △한국구약학회 부회장 △부평제일성결교회 협동목사
[나눔설교]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펴라
입력 2016-11-24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