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열기가 뜨겁다. 100만 인파가 모였다고 한다. 정치적인 사안을 넘어 시민들 자신의 강한 불만과 의견을 촛불에 의지하여 나라의 최고 권력자의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로 향한 행진이었다는 자체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자신들의 의사를 이렇게라도 표현할 수 있다는 자체가 참 놀라운 일이다. 내외신의 보도나 진보냐 보수냐 그 성향에 따라 다양한 평가를 내놓는다. 하지만 편견을 가지지 않고 순수한 입장에서 본다면, 분노와 상처 받은 이들의 힘이 하나로 표출될 때에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셈이다.
자신의 뜻과 의견은 표현할 순 있지만 군중이 직접 권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기 때문에 여야 지도자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 요구가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했으리라 생각한다. 법치주의 국가인 만큼 촛불시위도 질서 있게 마무리 될 것이다. 바라건대 위정자와 정치인들이 수준 높은 국민의 뜻을 오해하거나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기의 이익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는 일은 위험하다.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경찰과 공권력이 끝까지 우리를 지켜줄 것으로 믿고 의지하는 시민들, 질서 있는 가두 행진과 지나간 자리에 쓰레기하나 구경할 수 없는 시위문화만 봐도 여느 때와 다른 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수 국민의 뜻이 분출되고 상황이 변화되고 있음에도 교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교회는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섭리를 믿는 성도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예’와 ‘아니요’가 명확해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바라고 원하는 것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건설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은혜와 사랑이 넘치는 평화로운 나라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여야의 생각이 다르고, 군중과 정치 지도자들의 뜻이 같지 않다해도 하나님을 부인하는 무리들에 의해 더 큰 혼란이나 무질서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다 보면 언제나 위험한 요소들이 상존한다.
성경에는 권력과 무리가 한 덩어리가 돼 엘리야에게 도전하는 갈멜산 사건처럼 때때로 하나님의 뜻과 달리하는 세상 사람들과 맞서야만 하는 때도 있다. 하나님과 대면하기 위해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간 사이에 충동에 못 이겨서 금송아지를 만들어버린 아론과 같은 지도자도 있었다. 모든 백성들이 한 마음으로 주의 뜻을 따르게 될 때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하나님의 뜻과 대치되는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쉬지 않아야 하며, 세상을 향한 분명한 가치관과 함께 유사시를 위한 각오와 다짐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고백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를 구원하실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시라는 것이다. 영혼의 구원뿐만 아니라 세상의 혼돈과 어두움에서 구원하실 분도 그 분뿐이시다. 통일을 염원하는 독일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나아갔던 자리도 교회였다. 물론 정치지도자들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대통령이나 야당 지도자들, 혹은 어떤 정치권력이나 백만 군중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결코 이들이 혼란의 늪에서 구원하실 하나님과 예수님을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의 무지함을 깨우쳐 주실 선지자, 모든 죄악을 담당하시는 제사장,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건지시고 공평과 정의로운 질서로 우리를 다스리실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러므로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그분 앞으로 촛불을 들고 나아가야 한다. 그분은 지금도 기다리고 계신다. 만국을 다스리시고 심판하실 그분이지만, 민족과 열방을 위해 노래 부르며 힘찬 구호를 외치고 기도하며 당신 앞으로 나서기를 간절히 대망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남대문교회 담임목사>
[손윤탁 칼럼] 촛불 행진! 그리스도인들이 감당해야
입력 2016-11-25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