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지 않은 ‘워치독’ 우병우 의혹 캐기 속도전

입력 2016-11-23 21:45
“워치독(Watch Dog·감시견)이 짖지 않고 덮어버리는 바람에 지금의 사달이 난 것이다.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씨 등 주변 비리들에 대해 단 한 차례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공직자는 물론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비리 첩보를 수집하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지 못해 국정농단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었다.

2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특별감찰반 사무실 압수수색도 결국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혐의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우 전 수석이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의 국정농단을 몰랐을 리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정수석실보다 인력이 적어 출범 때 ‘옥하옥(屋下屋)’ 전락 우려를 받았던 특별감찰관실도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을 내사(內査)했던 것으로 드러났었다.

워치독이 짖지 않은 이유를 방조가 아닌 협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 전 수석의 처가와 최씨가 다각도로 연결된다는 의혹이다. 앞서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과 최씨는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시점에 함께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의 여러 개인회사 가운데 커피숍 사업과 연관된 티알씨(현 세온)와 존앤룩씨앤씨가 삼남개발에 커피를 납품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었다.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과정에 최씨가 있다는 의혹도 고개를 들었다.

우 전 수석은 애초 특별감찰관실의 수사의뢰 이후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에서 가족회사의 돈을 빼내 썼다는 혐의 등을 조사받았다. 하지만 검찰총장 지시가 이뤄진 지난 7일부터 특수본에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수사까지 받기 시작했다.

특수본은 과거 특별수사팀이 하지 않았던 우 전 수석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우 전 수석 부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특수본은 우 전 수석의 장모, 최씨 등의 골프모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 이화여대 관계자가 있었다는 이 골프모임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도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대면조사 요청서를 보내 박 대통령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또다시 거부하면 체포영장 등 강제 수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아직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경원 노용택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