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합병’ 찬성 과정 靑 ‘입김’ 있었나

입력 2016-11-24 00:03
검찰이 2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검찰이 삼성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공단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 근거 마련을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특별검사 출범 전 박 대통령에 대한 범죄혐의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3일 삼성이 국민연금을 통해 받은 특혜의 대가성 존재 여부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특혜 결정에 개입한 물증을 확보하면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주요 근거가 된다.

검찰은 여러 기업 중 유독 삼성만 최순실(60)씨 일가에 51억원을 직접 건넨 것도 박 대통령이 개입한 ‘부정한 청탁과 그에 따른 대가 차원의 거래’ 결과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과 연관된 증거 확보가 필수다. 검찰은 지난 20일 최씨 등을 기소하며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최씨를 위해 다양한 이권에 개입했다’는 범죄혐의 상당부분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찬성한 의사결정 과정이 석연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이 포착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해 5월 26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결정된 합병 비율이 삼성 총수 일가에 유리하고 삼성물산 일반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 세력 결집에 나서 합병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당시 삼성물산 지분 10%를 소유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 그해 7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됐다.

이를 두고 다양한 뒷말이 나왔다. 특히 당시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인력만 참여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삼성 합병 투자심의위 한 달 전 SK C&C와 SK의 합병 안건을 ‘판단이 곤란한 중대 안건’으로 분류해 의결권전문위에 넘겼다. 여기서 ‘반대’ 의견이 나오자 실제 그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SK와 비교했을 때 삼성이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근거다.

투자심의위가 열리기 사흘 전인 지난해 7월 4일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 4명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비밀리에 만난 것도 논란거리다. 당시 만남에서 양측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비율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에게 찬성을 종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 “합병 등 주요 변동 사항과 관련한 기업의 주요 경영진과 면담은 일반적 검토 과정의 일환”이라는 해명만 반복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청와대를 포함한 제3의 힘이 개입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 전 본부장 등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문 전 장관은 청와대의 뜻을 언급하며 국민연금 측에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홍 전 본부장은 의결권전문위를 건너뛴 투자심의위를 주재한 당사자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에 청와대 등의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