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연(31)씨가 서둘러 아침상을 정리한다. 3살 된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뒤엔 이내 출근길을 재촉한다. 사무실은 성남시 구몬학습 지국. 여씨는 올해로 경력 7년을 쌓은 학습지 교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오전 업무로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먼저 지국 관리자와 미팅을 하며 회원 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관리자들은 모두 구몬 교사 출신으로 회원별 유형에 따른 지도경험이 풍부하다. 방문 가정 아이들이 내놓은 과제를 일일이 살피고 교재·교구 등을 챙기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수시로 진행되는 교육 역시 중요한 일정이다. 교육은 지국 및 팀별로 진행되는데, 교육정보나 교수법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본사에서 제공되는 동영상 참고 자료도 확인하고 연구해야 한다.
“아이들마다 다른 개인·능력별 학습활동을 원활하게 적용하기 위해 교육은 꼭 필요해요. 한주를 지탱할 수 있는 바탕과 같죠. 제가 아이들에게 일차적 상담자가 될 수 있다는 책임감을 항상 갖고 있어요.”
준비가 완료되면 오후 들어 본격적인 방문 학습이 이뤄진다. 여씨는 일주일에 48명에 달하는 유아와 초등학생 등을 마주한다. 하루 평균 9곳의 가정을 찾는 셈이다. 수업은 과목당 15분가량 소요되며 학부모 상담을 병행한다. 다루는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한자, 독서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과목별로 가지를 뻗는 세부항목들도 신경 써야 한다. “한 아이가 한 과목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드물고요. 오래 머무는 집, 예를 들어 3남매가 여러 과목을 함께하는 곳에서는 2시간 30여분 동안 수업을 하기도 해요.”
퇴근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대부분 회원들의 편한 시간에 맞춰 스케줄을 정하다보니 밤 8시를 훌쩍 넘겨 일을 마무리할 때도 있다. 이럴 때면 시어머니가 손녀를 봐주고, 남편이 퇴근 시간을 앞당기기도 한다. 여씨는 20대 중반 무렵 지인의 권유로 직장생활을 접고 방문학습 현장에 뛰어들었다. 물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견뎌냈다. 임신 8개월차까지 곳곳을 다니며 쉬지 않았고, 육아휴직 후에도 복직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언젠가 시간에 맞춰 한 회원의 집을 방문했는데 촛불 켜진 책상 위에 빵이 놓여 있었어요. 그때 그 아이가 ‘선생님이 오시길 참고 기다렸어요. 같이 촛불 끄고 수업해요’라는 말을 했는데 눈물이 다 났어요.” 학습지 교사 활동은 육아에도 도움이 됐다. 아이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발달 단계나 성향에 적절히 대응하는 소통법을 알게 됐고, 자주 접하는 새로운 정보들은 유용하게 쓰였다. 여씨는 최근 본사에서 운영하는 외국어 전문가 과정 등에 참여하는 등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단 저를 통해 공부를 시작했다면, 꼭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특히 아이를 낳은 이후엔 ‘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선생님이 되자’는 다짐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김성일 기자
[학습지 교사의 하루] ‘내 아이 맡길 수 있는 선생님’ 되게 자신 채찍질
입력 2016-11-27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