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안보와 사생활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

입력 2016-11-25 04:05

‘안보와 사생활’

두 개의 선택이 놓여 있다면 대부분은 안보를 택할 수밖에 없다. 사생활을 지키겠다고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가 국가안보와 사생활이 양립하지 못한다는 오류라고 지적한다.

현대사회는 SNS 등을 통해 개인정보가 방대하게 노출돼 있다. 여기에 테러 등 안보 문제 때문에 감시 프로그램이 강화되면서 국가는 쉽게 개인의 삶을 감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안보론자들은 죄가 없고 떳떳하다면 사적인 정보나 대화가 조금 노출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논리에 대해 사생활을 ‘숨기고 싶은 비밀’로 잘못 가정한데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사생활은 단순히 비밀이 드러났을 때도 침해될 수 있지만 비밀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누군가 자신을 엿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침해되는 것이다.

개인의 권리는 사회와 대립되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즉 국가안보와 사생활의 가치는 공존할 수 있고, 공존할 방안을 찾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하지만 국가기관과 정부는 늘 비상사태 또는 위기상황이라는 이유로 권한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테러, 우리나라는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정부와 국가기관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나 우리나라의 ‘북한의 행태에 의한 비상상황’은 가까운 시일 내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사실상 기한을 정하지 않고 국가가 막대한 권한을 가지는 셈이다. 이에 비해 개인은 국가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국가기관과 정부는 늘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은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이뤄진다.

저자는 사생활 보호가 결코 국가안보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만 국가안보정책을 시행할 때 적절한 규율과 규제를 통해 정부의 정보수집활동이 막대한 권한을 갖는 것은 견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정책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안보상의 이유와 적법절차가 없다면 국가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뺏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