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표백’(자살문제), ‘한국이 싫어서’(헬조선), ‘댓글부대’(국정원 댓글사건) 등을 통해 ‘지금, 여기’의 가장 핫한 이슈를 문학에 담아냈던 장강명(41·사진) 작가. 그가 촉수를 북한 사회로 돌렸다. 신작 장편 ‘우리의 소원은 전쟁’(예담)은 통일 문제를 다룬다.
“김씨 왕조가 무너지고 평화유지군이 북한에 왔을 때, 조선인민군 일부가 무기 반납을 거부하고 소모적인 저항을 벌였다. (중략) 그렇게 해서 ‘조선해방군’이라는 신생 대기업이 생겨났다.”(20쪽)
김씨 왕조가 무너지는 급변사태가 일어나면 북한 사회는 어떻게 될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가가 펼쳐 보이는 가상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시작한다. 군벌 ‘조선해방군’은 사실상 무정부 사회에서 최대의 황금알 사업인 마약을 거래하는 기업이며, 북한의 특수부대원까지 흡수하는 거대한 폭력조직이기도 하다. 조선해방군은 개성에 있는 유통망인 섬유봉제협회, 개성 인근 장풍군의 소상인 조직인 최태룡과 협력해 남한 사회에 마약을 밀반입하려는 이른바 눈호랑이 작전에 들어간다.
주인공 장리철은 북한의 특수부대인 신천복수대 출신이다. 부대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낙오해 떠돌이가 된 그는 부대원을 찾아 나선다. 그는 최태룡 조직에 신천복수대 대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장풍군에 갔다가 눈호랑이 작전에 휘말리게 되는데….
때로는 격투가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지만,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우리가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못 먹어서 얼굴이 기형이 된 사람, 함바집 식판의 남은 반찬조차 장마당에 팔기 위해 몰래 담는 몰락한 지식인….
이는 북한의 장마당 경제(시장 지하경제), 마약중독 실태, 늘어나는 폭력조직 등 ‘팩트’에 뿌리를 둔 것이다. 소설은 붕괴 이후의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작가는 2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북한 붕괴를 원하는 세력이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현실적인 위협”이라며 “특히 약육강식의 무정부 사회에서 가장 큰 피해는 결국은 저소득층이 될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과 북한이 합쳐지면 내수 시장이 커지고 북한의 싼 임금 덕분에 남한 기업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누가 거둬갈지도 모르는 몇 십 년 뒤의 이익은 대부분의 보통사람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통일 대박론’에 대한 일갈로 읽히는 소설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과 길] ‘김씨 왕조’ 붕괴 후 북한 사회를 상상하다
입력 2016-11-25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