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4일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했다고 기습 공시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무산시키려는 엘리엇과 삼성의 ‘진흙탕 싸움’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2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국민연금공단이 치열했던 합병 표 대결에서 삼성 편을 들었던 이유에 칼날을 겨눴다.
합병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기는 2014년 12월쯤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대주주였다. 삼성물산 주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부회장은 합병 전 삼성물산 주가가 낮을수록 새 법인 주식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초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책으로 건설시장이 활기를 되찾던 때였다. 건설업체 주가가 오름세를 탔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내림세였다. 업계에선 삼성물산의 주택공급 실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도 돌았다. 지난해부터 주요 건설사들은 주택공급을 늘렸다. 반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상반기 신규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식을 꾸준히 팔아 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해 3월 26일 11.43%였던 지분율은 5월 22일 9.54%까지 낮아졌다.
같은 해 5월 26일 합병 결의가 발표됐다. 삼성물산 주가가 그동안 하락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엘리엇은 반발해 소송전에 나섰다. 국민연금도 제일모직보다 삼성물산 주식이 많았기 때문에 불리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 패턴을 보인다. 합병 리스크 해소로 고평가된 삼성물산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이후 주주총회에서는 합병 찬성표를 던졌다. 엘리엇은 소송전과 표 대결에서 잇달아 졌다. 삼성물산은 주총일인 7월 17일 하반기 서울에 1만994가구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28일 2조원대 대형 발전소 수주를 공개했다. 미리 알리면 주가가 오를까봐 공개를 꺼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돌았다.
이번 수사에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 이 부회장에게 이익을 몰아주려 했던 정황이 발견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상적인 결정이 아니고 청탁을 받아 했다면 국민연금으로선 업무상 배임”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경영진에 시세 조종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 등이 잇따를 수도 있다. 다만 현 상황에서 합병을 무효로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엘리엇 소송을 대리했던 최영익 변호사는 삼성물산 관련 의혹을 묻는 질문에 “언론에 다 보도된 대로”라며 말을 아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합병과정 어땠나… 국민연금, 합병 前 삼성물산 주식 꾸준히 매도
입력 2016-11-23 18:21 수정 2016-11-23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