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당내 탄핵준비 기구를 본격 가동하고 관련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두 야당은 이달 말까지 탄핵안 초안을 완성하는 등 탄핵 준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민주당은 23일 제1차 탄핵추진실무준비단회의를 열었다. 준비단장인 이춘석 의원은 “촛불로 보여준 국민 뜻을 담아 법률·정치적으로 모든 탄핵 준비를 신속히 마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탄핵안집필팀과 대외협력팀, 법률지원팀 등 3개 팀을 꾸려 준비단을 운영키로 했다. 지난 20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일괄 기소한 검찰 공소장이 탄핵안의 핵심 내용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당도 제1차 박근혜 대통령 탄핵추진단회의를 개최하고 탄핵 준비에 돌입했다. 추진단장은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맡았다. 김 수석부대표는 “탄핵소추의결서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하지 않는다”며 “야당의 단일화된 탄핵안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26일로 예정된 5차 대규모 촛불집회 일정과 맞춰 탄핵안을 최대한 신속히 작성키로 했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실무준비단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초까지 초안을 만들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법률가 단체와 시민단체 등 외부 의견을 듣는 긴급 토론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될 경우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탄핵안 의결 가능성이 높다. 당초 탄핵안 의결 시점으로는 본회의가 예정된 다음달 2일과 9일이 거론됐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탄핵 추진 의사를 밝히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야권이 생각하는 탄핵안 의결 시점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면 국회의장이 이를 본회의에 보고한 뒤 24∼72시간 내 무기명 투표로 탄핵안을 의결하게 된다. 현재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탄핵안이 발의되면 본회의 보고 및 의결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탄핵안에 찬성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거쳐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탄핵안 의결에는 변수가 많다. 탄핵안 의결정족수가 200명인 만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이들이 개헌을 요구하면 탄핵안 의결도 진통을 겪을 수 있다. 민주당 실무준비단 관계자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안에 동참하는 대신 개헌 카드를 내걸 수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문재인 전 대표 등은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다. 촛불 민심을 모아 대통령 탄핵 논의에 집중할 시기에 개헌 등 권력구조 논의가 논점을 흐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광주·전남 공동 출정식’에 참석해 “탄핵소추는 새누리당에 구걸해서 표가 적당히 모였다고 덜컥 해서는 안 된다”며 “정확하고 엄밀하게 탄핵소추안을 만들고,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사진= 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야권, 더 빨라진 ‘탄핵시계’… 이달 내 초안 나온다
입력 2016-11-24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