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8월까지 ‘유사 프로포폴’ 구매했다

입력 2016-11-23 18:37 수정 2016-11-24 00:27

청와대가 올해 8월까지 유사 프로포폴과 피부·미용 시술용 국소마취제를 구입한 내역이 확인됐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전립선비대증·탈모 치료제 등 청와대 의무실이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다른 의약품도 다수 포함됐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프로포폴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백색 주사제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10㎖ 용량)를 2014년 11월 20개, 2015년 11월 10개 샀다. 수면내시경 등 전신마취가 필요한 시술에 쓰이는 의약품이다. 프로포폴과는 달리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 약품은 신속한 기관 삽관을 위한 응급약품으로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필수 약품”이라며 “초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일종의 근육진정제”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소마취 용도로 쓰이는 리도카인 주사제도 2015년 8월 30개, 12월 10개, 올해 6월 10개를 각각 샀다. 리도카인은 점을 빼거나 보톡스, 필러 주입, 레이저 등 피부·미용 시술 때 주로 쓰인다.

비아그라와 복제약 팔팔정을 다량(364정) 구입한 이유는 “지난 5월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시 수행인과 대통령의 고산병 치료를 위해 구비해뒀을 뿐 실제 사용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비아그라는 혈관을 넓혀주는 기능이 있어 발기부전 치료뿐 아니라 고산병 치료에도 쓰인다. 고산병은 해발 2500m 이상 고도에서 저산소증으로 발생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고산병 전문 교수는 “가장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고산병 약은 덱사메타존이지만 산악인들은 비아그라도 처방받아간다”고 말했다.

비아그라의 고산병 예방·치료 약효는 논란이 있다. 모 임상약리학 교수는 “고산병 증상 중 하나가 두통인데, 비아그라를 먹으면 두통이 오히려 악화된다”면서 “비아그라는 교과서적 치료법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 “비아그라가 고산병을 악화시킨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있어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권장되지 않는다”며 관련 논문을 소개했다.

또 박 대통령 초대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은 “박 대통령이 태반주사 등 영양 주사를 놔달라고 먼저 요구했으나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거절했다”고 KBS에 말했다. 이 병원장은 2014년 9월 대통령 주치의에서 물러났다. 이어 서창석 현 서울대병원장이 후임을 맡았다. 이 시점부터 태반·백옥·마늘주사 등 14종류의 영양 주사제 1500여개가 청와대에 대량 반입됐다.

또 최순실씨 단골인 서울 김영재의원(성형외과 진료)이 세월호 참사일인 2014년 4월 16일 휴진했다고 그동안 밝혀왔지만 의약품 관리대장에는 당일 프로포폴 사용 사실이 기록된 것으로 확인돼 거짓 해명 논란이 제기됐다. 김 원장 측은 오전에 장모가 잠시 병원을 찾아와 짧은 시술을 한 뒤 바로 골프장으로 떠났다고 해명했다.

서울 강남구의회 여선웅 의원은 김영재의원이 성형시술 시 프로포폴을 수면마취제로 사용했고, 최순실·정유라씨 모녀도 2013년부터 ‘최보정’ 이름으로 136차례 진료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최씨 모녀가 대리처방을 통해 프로포폴을 빼돌렸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태원 최승욱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