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대통령 사이, 검찰 편에 선 최재경

입력 2016-11-23 18:19 수정 2016-11-24 00:26
최재경(54·사법연수원 17기) 청와대 민정수석이 23일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을 접한 검찰 구성원들은 “설 곳 없이 현실과 소신이 충돌할 때 검사로서의 생각을 따른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부장검사는 “최 수석이 아닌 다른 이가 사표를 냈다 해도 지금 검찰 입장에서는 다들 ‘잘했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검찰이 서로를 겨냥하는 상황에서 민정수석이 던진 사표는 국정농단 사태를 바라보는 최 수석의 생각이 박근혜 대통령보다는 검찰에 가깝다는 방증이란 해석이었다. “참모로서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는 의미의 사표로 보는 시각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 수석과 함께 일했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은 대통령의 범죄를 규정했고, 대통령은 검찰을 악(惡)으로 규정한 상황이었다”며 “중간에서 움직일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어느 한편에 100% 설 수밖에 없을 때 민정수석을 사임했다는 것은 본인이 전직 검사로서의 생각을 우선 따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 수석이 국정농단 사태에 깊이 개입되지 않아 차라리 다행이라고 보는 이가 많을 것이라고 이 부장검사는 전했다.

최 수석이 원래 직위에 연연하지 않으며, 중요한 사건 때마다 책임의식이 컸다는 반응도 있었다. 2014년 인천지검장 재직 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를 총지휘했는데, 유씨 시신이 전남 순천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주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검찰 간부는 “검사장 출신인 그가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가 검사 후배의 잘못을 대신해 사표를 냈던 과거 사례를 언급한 이도 있었다.

평소 검찰에 대한 자부심, 후배를 향한 애정으로 쌓인 최 수석의 신망이 반영된 해석들도 많았다. 한 수도권 부장검사가 “오히려 검찰 수사의 방패막이가 사라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청와대가 검찰 불신을 공언할 때도 검찰에서는 ‘최재경의 작품은 아니다’는 반응이 컸다.

법질서가 부정당한 상황에서 법조인 출신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