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2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겠다며 박 대통령과의 12년 애증사(史)에 종지부를 찍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원조 친박(친박근혜)’ ‘탈박(脫朴)’ ‘복박(復朴)’ 등으로 변화한 김 전 대표의 꼬리표처럼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이들의 정치적 인연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김 전 대표를 사무총장으로 깜짝 기용하면서 시작됐다. 친박 좌장 역할을 했던 김 전 대표는 18대 총선 당시 친이(친이명박)계 ‘공천 학살’로 낙천한 뒤 ‘친박 무소속’으로 귀환했다. 이후 김 전 대표를 원내대표로 추대하자는 친이계 제안을 박 대통령이 거절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결정적으로 김 전 대표가 2010년 세종시 이전 규모와 관련해 ‘수정안’을 주장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당시 ‘원안’을 고수했던 박 대통령은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친이계 지원으로 원내대표를 맡은 김 전 대표는 친박 주도로 이뤄진 19대 총선에서 공천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김 전 대표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소원했던 관계는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2014년 당대표에 오른 뒤 두 사람 관계는 다시 롤러코스터를 탔다. 김 전 대표는 이른바 ‘상하이 개헌 봇물’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으나 청와대 측은 “말실수로 보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김 전 대표는 “청와대 눈치만 본다”는 비주류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정치적 관계 때문에 박 대통령 탄핵과 탈당을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측근은 “김 전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박 대통령과의 과거 관계보다는 보수의 새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주류 한 의원은 “지난 7일에도 김 전 대표는 일부 참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박 대통령 탈당 요구를 강행했다”며 “그때부터 이미 박 대통령과 함께 갈 수 없다는 확신이 서 있었다”고 말했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김무성-박근혜, 애증의 12년… 결론은 ‘결별’
입력 2016-11-24 0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