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탈퇴 선언 트럼프노믹스, 세계 통상 지도 바꾼다

입력 2016-11-24 00:00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가 전 세계 통상 무역 지도를 바꾸고 있다. 시작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유튜브를 통해 TPP 탈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각국은 미국의 TPP 탈퇴로 인해 손익을 따지며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급한 쪽은 미국을 제외한 일본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 11개 TPP 원체결국이다. TPP의 중심축인 미국의 탈퇴로 TPP가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베트남 등 일부 TPP 회원국은 “미국이 빠지면 우리도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일본은 TPP 와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아예 미국을 대신해 TPP 발효를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TPP 최대 수혜국이라는 점 때문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TPP 덕에 일본은 2030년까지 1250억 달러(약 147조원)를 추가로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미국이 정권 교체기에 있는 만큼 일본이 (TPP) 발효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과 함께 G2인 중국은 경제의 축을 자국으로 이동시키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중국 주도의 무역 질서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와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국은 TPP 원체결국 포섭에도 나섰다. 시 주석은 페루 순방에 앞서 재계 대표단을 페루에 보내 공업·방직·농산물·의약·광물 등 20억 달러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도 TPP 회원국 정상들을 상대로 협정 조기 발효를 위한 여론전을 펼치는 등 APEC 정상회의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TPP 탈퇴로 인한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경제단체, 주요 업종별 협회, 민·관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대미(對美) 통상협의회 1차 회의를 열고 변화하는 통상환경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및 대응방안, 민간 차원의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일단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TPP 탈퇴는 한국으로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TPP 원체결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TPP 탈퇴를 언급하며 양자협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했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와 별도의 양자협상에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며 “다만 FTA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미국 정부가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쉬운 건 지난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한국 몫의 부총재직을 잃은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 주도의 AIIB 가입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AIIB는 지분 참여 비율에 따라 5개의 부총재직을 배분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별관회의 의혹을 폭로한 홍기택 부총재가 휴직계를 낸 뒤 돌아오지 않자 중국은 이 자리를 국장급으로 격하했다. 만약 미국의 합류로 AIIB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더라도 한국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