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페도렌코 서울대 인류학과 조교수가 최근 인터넷에 ‘나를 괴롭힌 서울대학교 남학생에게 보내는 공개 서신’을 실었다. 이 교수는 러시아 출신으로 지난해부터 서울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
페도렌코 교수는 서신을 통해 “지난달 5일 오후 9시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안에서 한 한국인 남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서신에 따르면 이 학생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뜬 영어단어 ‘coincidence’를 가리키며 교수에게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 달라’고 말했다. 이미 날이 어두웠고 주변에 사람도 없어 거절했지만 남학생은 계속 가르쳐 달라고 고집했다.
교수가 “갑자기 다가와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은 이상한(weird) 일”이라고 답하자 이 학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한국어로 욕을 하며 교수의 주변을 맴돌았다고 한다. 교수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나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느꼈고 대단히 위험하다고 느꼈다. 나를 찾아와 보복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교수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공개 서신’을 쓴 데 대해 “학생의 행동이 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인지를 가르치는 게 서울대 교수로서 내가 가진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학생의 행동이 ‘인종적 편견’에서 비롯됐고 ‘성차별적’ 행동이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여성은 쉽게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말을 건네 왔고 이에 응하지 않자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여성 비하와 여성 혐오를 경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대 학생들도 학생 커뮤니티와 SNS 등에 이 공개 서신을 공유하며 학생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나를 괴롭힌 남학생에게…” 외국인 교수 공개편지, 왜?
입력 2016-11-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