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우지수 ‘트럼프 랠리’1만9000 돌파… 한국 증시 안팎 악재에 맥 못추고 비실

입력 2016-11-24 04:45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연일 고공비행 중이다. 반면 우리 증시는 방향성 없이 등락만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가 가져올 충격, 탄핵 정국으로 대표되는 정치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는 22일(현지시간) 이틀 연속으로 이른바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처음으로 1만9000선을 돌파해 1만9023.87을 기록했다. 미국 대선일이던 지난 8일과 비교해 700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S&P지수도 최초로 2200선을 넘은 2202.94로, 나스닥지수는 17.49포인트 상승한 5386.35로 장을 마쳤다.

고공비행을 이끈 것은 트럼프의 경기부양책,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펼칠 감세, 규제 완화,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달리 우리 증시는 안팎에 쌓인 악재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대선 다음날인 지난 9일 45.43포인트나 폭락하며 2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던 코스피지수는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면서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다. 23일까지도 2000선을 넘어서지 못한 채 1987.95에 머물렀다.

코스닥지수는 더 심각하다. 23일 코스닥지수는 10.45포인트 떨어진 600.29로 장을 마감했다. 간신히 600선에 턱걸이한 것이다. 지난해 200조원대였던 코스닥 시가총액은 190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부진에 주목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해외 증시는 미국 대선 직후 급락했던 중소형주가 이후에 더 올랐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중국에서 산업규제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코스닥 시가 상위종목인 제약업체나 엔터테인먼트 업체 주가가 눈에 띄게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불안정한 국내 정세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내 투자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당시 4개월 동안 코스피지수가 200포인트 가까이 추락했던 전례도 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평화적인 시위가 이어진다면 당장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만일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비평화적’ 상황이 발생한다든지 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