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밀실 서명’ 안보 불통

입력 2016-11-23 18:06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운데)가 23일 오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서명을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기자들이 국방부의 협정 서명식 비공개 방침에 항의하며 카메라를 청사 바닥에 내려놓은 채 입장하는 나가미네 대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야당의 반대에도 군사작전 하듯 속전속결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밀어붙인 국방부가 서명식마저 비공개로 해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논의 재개부터 서명식까지 ‘밀실 관행’을 벗지 못했다. 국민정서를 감안해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다.

한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는 23일 오전 10시 국방부 청사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명했다. 국방부가 협정 체결 논의 재개를 발표한 지 27일 만이다.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간 첫 군사협정이 체결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비공개 방침을 거론하며 협정식 체결 장면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냉담한 국민 여론과 야권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협정 체결을 서둘렀던 정부가 협정 서명마저 밀실에서 진행했다. 서명식을 촬영하려던 사진기자들은 “비공개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국방부는 “일본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이번 협정을 의식해 연례 독도방어훈련도 연기한 국방부가 끝까지 ‘일본 눈치보기’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명식장이 좁다면 한두 명만이라도 들어가겠다”는 사진기자들의 요청도 무시됐다. 사진기자들은 “역사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도 현장 취재는 필요하다”고 공개를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마음대로 하라”며 협조하지 않았다. 사진기자들은 항의 표시로 일제히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찍은 (서명식) 사진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막말도 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서명식 후 브리핑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협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에 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여론 수렴 없이 진행하는 바람에 오히려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키운 측면이 많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로 양국은 주요 군사 정보를 직접 교환할 수 있게 됐다. 한·일 간 대북 안보 공조는 물론 한·미·일 3각 군사 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1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번 협정에 따르면 한·일 양국 간 교환되는 정보는 2급 이하 군사정보로, 사전 서면승인 없이 제3국에 전달될 수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33번째 나라가 됐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