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구실 못하는 ‘형사보상금제도’ 억울한 옥살이·하세월 보상 ‘두 번 운다’

입력 2016-11-24 04:16

국민권익위원회가 법무부에 형사보상금 지급 지연 문제를 개선하라는 권고안을 내려보낸 지 3년이 지났지만 이행률은 절반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법원은 ‘삼례 나라슈퍼 3인조’에게 17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국가배상과 형사보상 절차를 철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최대열(37)씨 등 3명은 1999년 전북 완주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유모(당시 76세) 할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3∼6년간 실형을 살았다. 지난 18일에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으로 10년을 복역했던 최모(31)씨에게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형사보상금 제도는 이처럼 검찰이나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에게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무죄 판결을 받은 이가 법원에 형사보상을 청구하면 법원이 보상 여부와 금액을 결정한다. 이를 가지고 다시 검찰에 보상금 지급 청구를 해야 한다. 2년 내에 하지 않으면 권리는 소멸한다. 최종적으로 검찰 내 피의자보상심의위원회가 심의하고 결정을 내린다. 피의자보상심의위는 법무부의 감독을 받는다. 검찰 내부지침상 보상금은 10일 내에 지급하도록 돼 있다.

최근 5년간 국민신문고에 형사보상금 지급 지연 관련 민원만 50건이 접수됐다. 청구 기한은 있지만 법원의 보상 결정 기한도 없고, 검찰이 보상금 지급을 미뤄도 제재 수단이 없다.

형사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A씨는 지난 2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11개월 구금기간 동안 변호사 비용 등을 충당하다보니 신용불량 위기에 놓였다”며 “무고한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고 보상금 지급조차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2013년 권익위는 실태조사를 벌이고 8개 사항의 조치를 법무부에 권고했지만 이 중 절반은 아직까지 제자리다. 대표적인 게 보상금 지급 지연이자 문제다. 과거 재일동포 간첩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수감생활을 한 오모(74)씨 등 23명은 2014년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금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정부는 형사보상법에 이자 지급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며 지연이자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법원은 지난해 6월 항소심에서 국가가 형사보상금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상 청구가 제기된 날로부터 3개월 내 보상을 결정하도록 하고 검찰은 3개월 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기한 내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은행법의 연체금리 등에 따라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이 한정된 예산 안에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며 더 큰 틀에서 형사보상금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