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급반전… 뒤탈 없을까

입력 2016-11-23 18:19 수정 2016-11-23 21:18

한·일 양국이 23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한 것은 두 나라가 불과 수년 전 최악의 관계에서 군사협력까지 가능할 정도로 급변했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비슷한 시기에 집권했지만 줄곧 냉랭한 관계를 이어갔다. 아베 총리는 ‘역사 수정주의’를 표방하며 우리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박 대통령도 지지 않고 ‘원칙론’으로 맞서며 대일(對日)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미국은 냉랭한 관계를 이어오던 한·일 양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중국을 적절히 견제·관리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위해선 원만한 한·일 관계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박과 함께 양국 외교 당국 사이에서도 ‘더 이상의 관계 악화는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6월 22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관계 개선의 물꼬를 열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각 대사관에서 열린 기념 리셉션에 교차 참석하면서다. 두 달 뒤인 같은 해 8월 14일 아베 총리가 전후 70주년 기념 담화(아베 담화)에서 “과거 내각의 역사 반성을 계승하겠다”고 밝히고 이튿날 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아베 총리 발언에) 주목한다”고 화답하면서 화해 무드는 본격화됐다.

이후 한·일 관계는 온탕 일변도로 급반전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기세를 몰아 12월에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타결해 양국 관계의 최대 난제였던 위안부 문제까지 서둘러 마무리지었다.

올해 들어선 한·일 협력을 군사 분야로 확대할 명분도 얻었다. 북한이 4,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등 고강도 도발을 잇달아 감행하면서다. 정부는 현재의 외교·안보 환경에서 한·일 안보 협력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 논란 때문에 그간 금기시됐던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한·일 관계 진전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경고다. 한편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과 일본이 냉전 사고에 집착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다”면서 “한반도의 대립과 대결을 격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