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의결권의 원칙·기준 더 명확해져야

입력 2016-11-23 18:45 수정 2016-11-23 21:26
검찰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과 삼성 미래전략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청와대 압력으로 합병에 찬성을 했는지, 그 이후에 어떤 의혹을 살 만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은 의문 투성이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됐다. 기업지배구조원 등 자문회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3500억원 손실이 날 것을 알면서도 합병을 찬성했다는 점이다. 서울고법도 지난 5월 합병 비율 산정이 잘못됐고, 국민연금 투자 방식이 공정성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소액주주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합병 반대에도 삼성물산이 보유한 7조원대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지배하게 되면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합병 주총 1주일 후 박근혜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독대했고 한 달쯤 뒤부터 삼성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용으로 고액의 자금을 보냈다. 또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200억원 넘는 돈을 출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의견을 낸 것은 투자 이익 외에 국익적 측면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노후를 위해 저축하는 돈인 만큼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국민연금이 합병 주총에서 비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의혹이 있었다면 밝혀져야 한다. 차제에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행사할 때 기준과 원칙도 더 명확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