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합병비율은 관련 규정을 따랐을 뿐이고, 필요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합병이라는 설명이다.
두 회사의 합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결정된 합병비율이다. 삼성 측은 23일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결의 이사회 전 한 달간의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며 “이는 법에 정해져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합병을 진행할 때 당시 주가를 이용한 일정한 공식에 따라 합병비율이 정해지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적정가치에 대한 논란은 의미 없다는 것이다. 합병시점도 시뮬레이션 결과, 제일모직 상장 후 6개월 동안 어느 시점에 합병을 결정했어도 합병비율은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은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일부러 낮췄다는 주장도 근거 없다고 했다.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지난해 초 건설경기가 호황일 때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지 않아 주가 하락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물량이 많아 국민주로 불렸던 삼성물산 주식을 인위적으로 낮춘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삼성은 양사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적법한 합병이라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은 해외진출을 위해 삼성물산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했고, 삼성물산은 바이오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바이오로직스 주식 46%를 보유했던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원했다는 것이다. 합병이 무산됐다면 현재 15만원 선인 삼성물산 주가는 더 떨어졌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실제 합병 이후 건설산업 주가는 27.14% 하락해 삼성물산 주가 하락률(11.17%)보다 하락폭이 크다.
삼성은 이 부회장과 국민연금공단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의 만남에 대해서도 “합병 등 주요 변동상황과 관련해 주요 주주를 면담하는 정상적인 절차”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였던 네덜란드 APG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면담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시점도 합병결정 후여서 이 부회장의 합병 민원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그룹 심장부 또 압수수색 당한 삼성측 반박 “규정에 따른 적법한 합병”
입력 2016-11-23 18:23 수정 2016-11-23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