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세 살인 정모씨는 몇 달 전 극심한 허리통증으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에는 갑자기 다리 감각이 이상해지고 마비가 오는 증상이 나타나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가 사는 지역의 구청으로부터 긴급의료비 300만원과 지역 내 민간단체로부터 200만원을 지원받아 5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구청에서는 정씨가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도 연계해줬다.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 자활사업에 참여할 기회와 일자리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긴급의료비는 2006년부터 시작된 긴급복지지원제도의 일환이다. 이 제도는 갑작스럽게 위기상황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가정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기존의 빈곤 대책은 대상자를 엄격히 선정하기 때문에 조사 등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가구 내 주소득자의 사망과 질병, 부상, 실직 또는 휴·폐업과 화재 등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이 직접 요청하거나 이웃이 신고할 경우 담당 공무원의 현장 확인만으로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 긴급성을 고려하여 신고 후 48시간 내에 우선 지원하되, 부적절한 지원을 방지하기 위해 소득이나 재산 등을 기반으로 한 적정성 조사를 지원 후 1개월 이내에 진행한다. 또 단기간의 지원만으로 위기상황이 해소되지 않을 때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지정 등 다른 복지서비스로 연계하고, 공적 서비스 대상이 되지 못한다면 지역사회 민간자원과 연계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제도를 알지 못하는 국민이 많았고, 대상 선정이나 절차도 까다로워 지원받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014년 2월 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의 당사자나 이웃이 이 제도만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개선했다. 우선 2015년 관련 법령을 개정해 지원대상자 선정기준을 완화했다. 현행 법령상 중위소득 75%, 4인가족 기준 329만원(2017년부터 335만원)이면 대상자로 선정이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매해 한 번 이상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정기 조사를 하도록 했으며, 긴급복지 신고의무 대상자를 의료기관 종사자와 교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읍면동의 통장·이장까지 확대하였다.
이 결과, 어려움에 처한 본인의 신청 및 이웃의 신고가 대폭 늘었다. 긴급복지 지원 건수는 2012년 3만8000건에서 2015년 25만1000건으로 6배 이상 증가했고, 지원금액도 국비 기준 346억원에서 1246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올해는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와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운 이웃의 겨울나기가 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이번 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동절기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를 통한 집중 발굴기간’으로 정하고, 지원대상자를 적극 발굴함으로써 이들을 위한 긴급복지지원제도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은 지역사회 주민의 관심과 노력이 함께할 때 그 효과는 커진다. 갑작스러운 사건과 사고 등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불안하다면, 또는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에 처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이웃을 발견한다면 전화기를 들어 129번(보건복지콜센터)을 누르거나 관할 시군구, 또는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고해주길 부탁드린다.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정말 필요한 국민에게 제대로 쓰이려면, 안타까웠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국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특별기고-정진엽] 이웃에 대한 관심이 복지의 시작이다
입력 2016-11-23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