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크나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국민들은 얼굴을 들고 다니기조차 부끄러워졌다. ‘무속인의 지배를 받는 대한민국’이란 낙인이 찍히게 됐으니 말이다.
나는 정치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영적으로 볼 때 작금의 현실은 우리 목사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음을 통감한다.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이 권력과 손잡고 다닐 때, 그를 에워싸고 다니던 목사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권력 앞에서 아부하는 목사들은 또 얼마나 차고 넘쳤던가. “간신배의 말을 들은 왕은 망했다”는 말 그대로 목사가 간신배의 역할을 한 적은 없었던가.
하나님은 목사를 시대의 파수꾼으로 세우셨다. 그러므로 영혼의 파수꾼이 해야 할 역할은 ‘하나님 말씀을 분명히 듣고 하나님을 대신해 이 백성을 깨우는 것’이다. 그런데 목사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않고 권력자의 말을 듣고 따르다보니 하나님을 대신한 대사(Ambassador)로서의 사명을 망각하게 된 것이다.
이사야가 예언한 대로 ‘소경이요 짖지 못하는 개’로 전락해 버린 꼴이다. 이단·사이비 집단이 판을 치고, 목회자의 각종 비리에 낯을 붉혀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그 결과일 것이다. 평화의 상징이 돼야 할 교회는 불화와 갈등, 분쟁의 단체로 전락했다. 사회가 오히려 교회를 걱정하는 처지에 이르렀고, 교회는 맛 잃은 소금이 돼 길가에 짓밟히는 존재처럼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아합 왕과 왕후 이세벨이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바알 신을 따를 때 얼마나 많은 하나님의 종들이 희생을 당했나. 반면 얼마나 많은 하나님의 종들이 숨어버렸는가.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 특별히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은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베푸신 축복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깊이 되돌아봐야 한다.
교회가 커지고 재정이 넉넉해지고 자본주의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교회라는 방주에 세속화 물결이 넘쳐 들어오고 있다. 배 안에 들어오는 물을 계속 퍼내야 살 수 있건만 배가 가라앉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물을 퍼내야 하는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바울이 죄수의 신분으로 알렉산드리아호 배를 타고 가다가 유라굴로라는 풍랑을 만났다. 배를 탄 이들 모두 낙심했을 때 죄수 바울이 일어나 외쳤다.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이제는 안심하라 너희 중 아무도 생명에 손상이 없겠고 오직 배뿐이라… 여러분이여 안심하라 나는 내게 말씀하신 그대로 되리라고 하나님을 믿노라.”(행27: 22∼25) 죄수의 신분이면서도 하나님의 대사답게 외친 바울 같은 목회자가 그립다. 지금은 ‘하나님의 종’으로 ‘시대의 파수꾼’으로 부여받은 목회자의 정체성을 되찾을 기회다.
지난 목회 일생을 통해 한국교회와 성도님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은 남은 일생 동안 다 갚는다 해도 갚을 길이 없다. 지난 4주 동안 지면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지만 부족할 뿐이다. 더불어 한평생 나의 동반자로 인생 여정을 동행하고 있는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내 남은 생은 여전히 아내와 목회자들과 함께 할 것이다. 그동안 지면을 허락해준 국민일보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역경의 열매] 박조준 <19·끝> “목사는 시대의 파수꾼… 현 시국에도 영적 책임”
입력 2016-11-23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