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제약업체 녹십자로부터 최근 2년간 태반주사·감초주사·마늘주사 등 미용 및 피로회복용 주사제를 대량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녹십자는 최순실씨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 처방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만씨가 병원장으로 있었던 녹십자아이메드의 모기업이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4월부터 올 8월까지 녹십자로부터 31차례 10가지 종류의 의약품을 총 2027만원어치 구매했다. 이 중에는 라이넥주(태반주사), 히시파겐씨주(감초주사), 푸르설타민주(마늘주사) 등 미용과 피로회복 목적의 주사제 137만원어치가 포함됐다.
잔주름 개선 및 피로회복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태반주사는 세 차례에 걸쳐 50개씩(2㎖) 총 150개(74만2500원), 만성 간질환과 피로해독제 등으로 쓰이는 감초주사는 50개씩(20㎖) 두 차례 총 100개(35만5400원)를 구입했다. 노화방지와 피로회복에 좋다고 알려진 마늘주사는 50개(10㎖) 27만5000원어치가 청와대로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들 주사제가 흔히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효과가 학술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문의약품인 만큼 주치의 감독 등을 거쳤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김영식 서울대 약대 교수는 “호르몬제의 일종인 태반주사와 항산화 작용을 하는 마늘주사 등은 일정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일반적인 의약품에 준할 정도로 검증된 것은 아니어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투약량에 비해 과도한 양이 납품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통상 태반주사는 수주간 주 2∼3회씩 한시적으로 투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러 명이 장기간 맞을 수 있는 분량이 반입됐다. 구매 목록에 포함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는 중증 감염이나 혈액질환에 쓰이는 면역제 일종으로 흔히 단독 사용하지 않는 약제로 알려져 그 용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녹십자와 최순실씨, 김 전 원장의 연결고리도 재차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원장이 녹십자아이메드병원 원장으로 재직했던 시기는 청와대가 녹십자에서 이들 약품을 대량 구매한 시기와 겹친다. 보건 당국은 김 전 원장이 2013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12차례에 걸쳐 태반주사 등 각종 주사제를 청와대에 가져가 박 대통령에게 투여했다고 발표했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경호원 등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 구매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중앙지검장)는 ‘대통령 대리처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靑, 최근 2년간 태반·감초주사 등 2027만원어치 구입
입력 2016-11-23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