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國調 불려나가는 총수 9인 ‘냉가슴’

입력 2016-11-23 04:00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주요 대기업 총수 9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 증인 명단에 오르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의혹에 대해 총수들이 내놓는 답변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자칫 ‘범죄 집단’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에 극도로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특히 국회가 조사불응은 용인할 수 없다고 천명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고 있어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된 대기업 총수 9명은 다음 달 5일 예정된 1차 청문회에 대부분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GS그룹 허창수 회장(전경련 회장) 등이다.

지금까지 특정 사안에 대해 기업 총수들이 개별적으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선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증인으로 불려 나가는 건 처음이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22일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워낙 엄중한 사안이어서 어떤 기업도 청문회를 빠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롯데 신 회장 등 일부 총수는 국회 증인출석을 하지 않았다가 법정에 서기도 했다. 게다가 국정조사계획서에는 ‘조사불응·자료제출거부 불가’란 문구가 명시돼 있는 상황이다.

국회 국정조사위원회는 총수들과 박 대통령의 독대자리에서 오간 대화 내용, 민원·특혜 등 부정한 청탁이 오갔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순실(60·구속 기소)씨에게 51억원을 직접 건넨 의혹을 받는 삼성과 추가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송금했다가 돌려받은 롯데에 질문이 집중될 전망이다. 최씨 측근인 차은택씨 회사에 광고를 몰아주고, 최씨 딸 정유라씨의 친구 아버지 회사에 일감을 준 현대자동차의 답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 중간 조사결과에서 일단 ‘피해자’로 분류된 나머지 기업들도 마음을 놓기는 힘든 상황이다. 야당이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각 기업을 뇌물공여자로 지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문회 생중계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의 부담은 배가 되고 있다. 대기업 B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질문이 나올 텐데 마치 모든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비쳐질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비칠 기업 이미지에 대한 타격도 걱정거리다. 총수의 건강문제를 염려하는 기업도 일부 있다.

총수가 청문회에 서본 경험이 없는 기업들도 고민이 많다. 예컨대 이 부회장이 출석하게 되면 사실상 이번 청문회가 처음 공식석상에 서는 데뷔무대가 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청문회 증인출석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재계 관계자는 “경험이 없는 기업 총수들은 호통치기식 질문 등 청문회장의 위압적 분위기에 당황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과 특검의 수사로 밝혀져야 할 문제들을 미리 공개적으로 조사하면서 ‘면박주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