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기재부는 기획순실부” 눈총

입력 2016-11-23 04:00

경제부처 수장 격인 기획재정부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 기재부 전·현직 인사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최순실 게이트’에 엮이면서 ‘기획순실부’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당장 각 부처를 독려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令)이 안 선다’는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초기에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전 2차관 등 문체부 소속 공무원들의 연루 사실이 드러날 때만 해도 직접 집행하는 예산사업이 거의 없는 기재부에는 남의 나라 얘기였다. 그러나 ‘최순실 예산’ 논란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지난 7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에서 “최씨 관련 의혹이 제기되는 예산사업에 대해서는 논의해서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선 기재부가 최씨 등 비선실세와 연관된 부적절한 예산에 대한 심사를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후 기재부 차관보 출신의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이 CJ그룹 인사권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 전 수석은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서서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고 현재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여기에 구속 기소된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서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는 게 밝혀졌다. 최 차관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재직 중 안종범 전 경제수석 지시로 미르재단 설립 준비를 위한 회의를 4일 연속 주재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2일 “조 전 수석이 느낀 참담함이 전 구성원에 전이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떨어진 사기를 북돋아 줄 리더십은 공백 상태다. 유 부총리는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차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다른 경제부처 관계자는 “기재부가 최순실 게이트에 여기저기 연루되면서 관가에서는 ‘기획순실부’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돌고 있다”며 “중심을 잡아줘야 할 부처가 가장 먼저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