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개막을 400여일을 앞둔 평창 동계올림픽이 총체적 난맥에 빠졌다. 최순실 일가의 전횡으로 인해 각종 공사 계획이 변경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등 폐해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이 최순실 게이트 영향으로 정작 올림픽 후원을 꺼리면서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체육인들이 뜻을 모아 이번 사태를 올림픽 성공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개·폐회식장 공사 및 진행에서의 난맥상이다. 대림건설은 계·폐회식장을 4만석 규모의 사각형 모양으로 설계한 뒤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송승환 개·폐회식 총감독이 갑자기 디자인을 오각형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당시 사각형 설계에 맞춰 부지를 파놓은 상황이었다. 설계를 바꾸면 추가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완공 시기도 미뤄진다. 하지만 거듭된 요구에 결국 오각형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올 들어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 3월 조직위원회에 최순실씨의 회사 더블루케이와 협약을 맺은 스위스 경기장 건설업체 ‘누슬리’를 개·폐회식장 공사에 참여시킬 것을 요구했다. 조양호 전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은 누슬리에 올림픽 시설 공사를 맡기라는 지시를 거부하다 최순실씨의 눈 밖에 나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잡음 끝에 누슬리 참여는 무산됐다. 하지만 이 때문에 공사는 6개월 지연됐고, 사업비는 예상보다 367억원이나 늘어났다.
개·폐회식 대행사로 김재열 조직위 부위원장이 사장으로 재직 중인 제일기획이 선정된 것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직위는 지난 8월 개·폐회식 광고대행사 선정 사업설명회를 열었고, 약 50일 후에 제일기획 컨소시엄이 대행사로 선정됐다.
그런데 대행사 입찰 사전 공고에 ‘제안사 및 협력사의 임직원 또는 고문이 조직위원회 개·폐회식 기획위원 등으로 있는 업체는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는 규정이 최종 공고에서 삭제됐다. 이는 제일기획 출신 조직위 직원들이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제일기획이 대행사로 선정되는 데 대한 제약을 없애려는 조치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직위는 “입찰 참가 자격의 해당 문구를 유지하더라도 제일기획의 대행사 참여가 가능했다”고 해명했다.
기업들의 후원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대기업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반강제적으로 지원하면서 올림픽에 눈을 돌릴 여력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문체부는 ‘최순실 예산’이라고 여겨지는 892억원을 자진 삭감할 방침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부 체육인들은 IOC에 지원예산 조기집행을 요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경 가톨릭관동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정책이 오락가락했던 이유가 이제 밝혀졌다”며 “지금부터라도 조직위와 정부는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25일 시작돼 내년 4월까지 이어지는 올림픽 사전 행사인 테스트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엎친데 덮친 평창, 제대로 치러낼까
입력 2016-11-23 00:03 수정 2016-11-23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