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저 이상한 느낌? 현실을 전복한 탓이다.
20세기 초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 베를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유흥가. 귀퉁이 테이블에 매춘부로 보이는 노파 셋이 앉아 있다. 중앙에는 어린 소녀가 서 있는데 태도와 표정이 아주 당당하다. ‘나이 든 포주, 어린 매춘부’라는 통상의 구도를 역전시킨 설정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58)가 한국에서 여는 두 번째 개인전 ‘베를린, 기다림 그리고 로열 블러드’에 들고 온 신작 ‘베를린 시리즈’의 하나다. 실제 베를린의 현장을 찾아 연출해 찍은 것들이다. 베를린 시리즈는 어린이에게 권위와 권력을 부여한 것이 공통점이다. 또 다른 걸 보자. 열 살 남짓한 소년이 양복을 입고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채 소파에 앉아 관객 쪽을 보고 있는데, 섬뜩할 정도로 표정이 위압적이다.
이들 사진은 그 자체가 연극처럼 다층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지난 11일 전시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은 작가는 “부모들이 자녀를 왕처럼 떠받드는 모습을 보며 어린이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 12월 11일까지(02-738-7776).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네덜란드 사진작가 올라프 ‘베를린 시리즈’ 개인전
입력 2016-11-24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