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의원들이 헌법 전문가를 초청해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지 않더라도 탄핵이 가능하다는 주장부터 헌법재판소의 보수적 판단기준 때문에 탄핵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까지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다. 새누리당 하태경,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를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탄핵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종철 연세대 헌법학 교수는 박 대통령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고 직무집행에 있어서 이를 위배하면 안 된다”며 “여기서 ‘위배’는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에 의해 발생하더라도 탄핵이 가능하다고 의견이 합치됐고 법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논의”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주장대로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도 헌법을 어겼다면 탄핵 사유가 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탄핵 인용을 위해선 국회가 헌재를 설득할 수 있는 ‘탄핵소추의결서’를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재가 국회의 소추의결서에 없는 내용을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소추의결서에 탄핵 사유를 정확하고 엄밀하게 구성하는 것이 국회에 맡겨진 중요한 소임”이라고 설명했다. 소추의결서가 만들어진 뒤에는 아무리 중대한 탄핵 사유가 발견돼도 헌재가 재판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소추 중인 사람은 사직·해임이 금지돼 하야가 불가능하다”며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대통령 하야를 통한 조기 국정 수습이 불가능하게 되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은 헌재의 재판관 구성과 보수적 판결 경향 때문에 탄핵소추안이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 전 재판관은 “나는 탄핵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헌재가 기각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그는 “헌재의 구성과 기존 결정을 보고 국민들이 ‘헌재는 우리 뜻과 다른 결정을 할 염려가 전혀 없다’고 믿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재판관 구성과 각 재판관의 임명권자, 다른 결정에서 보여준 성향을 고려할 때 (탄핵 기각이)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송 전 재판관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헌재에서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헌재에 있을 때, 통상적인 사건은 대략 두 달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며 “박 대통령 측의 여러 언동을 보면 탄핵 진행과정에서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헌재 훈시규정으로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게 돼 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탄핵추진실무준비단장 이춘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보수 성향이라지만 (박 대통령 탄핵은) 상식의 문제고 국민 요구가 강하기 때문에 결과를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의 탄핵 결정 기간에 대해 “심리만 10번은 해야 할 테고 적어도 4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보수적 헌재 염두 탄핵 사유 정확·엄밀하게 구성해야”… ‘탄핵 소추를 위한 토론회’
입력 2016-11-22 18:29 수정 2016-11-22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