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찬송가를… ‘마귀’ 대신 ‘박근혜’ 바꿔불러 물의

입력 2016-11-22 20:48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풍자한 찬송가 개사곡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개사곡은 찬송가 348장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차용해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교회 밖 특정 사안에 찬송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많은 교인들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개사곡은 총 3절의 가사에서 투쟁 대상을 언급했다. 1절은 박근혜 대통령, 2절은 재벌들, 3절은 독재로 돼있다. 후렴부는 ‘하야하라’가 반복된다. 이를 접한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거룩한 찬송가를 가지고 뭘 하는 건가’ ‘신성모독이다’ 등의 반응이 많았다. 반면 ‘찬송가는 노래일 뿐이며 거룩한 것은 찬송의 대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찬송가 개사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촛불집회의 연장선에 있다. 이미 광장 집회에서는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부르기)’가 유행이다. 가수 코요태의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가’는 대표곡이 됐고 서태지의 ‘하여가’도 하야가로 변신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와 가수 god의 ‘촛불 하나’도 많이 불려졌다.

교회 밖 현장에서 찬송가를 개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구입 의혹이 일었던 2011년엔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338장)을 ‘내곡동 가까이’로 바꿔 불러 비난을 받았다.

부정적 사례로는 한국교회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가 찬송가를 도용하는 경우가 있다. 한 이단 단체는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79장)를 교주 추앙의 노래로 바꿔버렸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규정한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공개되자 여성단체와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이에 반발하며 찬송가 ‘마귀들과 싸울지라’와 CCM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개사해 불렀다.

찬송가나 복음성가를 바꿔부르는 ‘개사 문화’는 그러나 교회 안에서는 일반적이었다. 교회 수련회에서는 찬송가 바꿔 부르기가 흔했고, 신앙 운동의 슬로건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실제로 전남 목포의 한 교회는 교인들의 전도 열정 고취를 위해 ‘익은 곡식 거둘 자가’(495장)를 교회 버전으로 개사, “목포 ○○교회 예수사랑 큰잔치 누가 가서 전할까” 등으로 불렀다.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는 “예전에 뉴라이트 계열 단체의 집회에서 ‘나 같은 죄인 살리신’(305장)을 ‘종북척결’이란 말로 바꿔 노래하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다”며 “찬송가 개사는 우파 좌파 상관없이 행해지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마귀들과 싸울지라’는 원래 소방관들의 행진곡에서 따온 노래다. 찬송가 중엔 거룩과 무관한 곡에서 차용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찬송가 개사가 저항감을 불러오는 건 사실이지만 기독교를 모욕하는 게 아닌 단순한 풍자와 패러디 수준이라면 너무 진지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