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외국 선사만 재미 봤다

입력 2016-11-23 00:06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운송업체를 잃은 환적 물량 대부분이 외국 해운사로 넘어가고 있다. 한진해운 몰락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상선의 물동량은 되레 크게 줄었다.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노선은 SM그룹 대한해운이 인수한다.

22일 부산항만공사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 한진해운이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환적 화물은 4만9690개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 10만9542개의 45.4% 수준에 그쳤다. 환적 화물은 한 배에서 다른 배로 옮겨 싣는 화물이다. 하역과 선적, 보관 등 각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화물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지난달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환적 화물은 81만671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6405개(6.5%) 줄었다. 이 기간 현대상선의 부산항 환적 화물은 11만3479개에서 10만1164개로 10.9%(1만2315) 감소했다.

반면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의 부산항 환적 물량은 지난해 10월 23만5087개에서 지난달 26만6006개로 3만919개(13.2%) 늘었다. 업계는 한진해운의 감소 물량 대부분을 외국계 선사가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수송하지 못하고 부산항에 내려놓은 화물을 대신 실어 나르며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이다.

특히 외국 해운사로의 화물 이탈 현상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 9월부터 두드러졌다. 9월 기준 한진해운의 부산항 환적 화물은 지난해 11만6651개에서 올해 5만6066개로 51.9%(6만585) 급감했다. 같은 기간 2M이 처리한 화물은 22만5141개에서 23만9712개로 6.5%(1만4571개) 늘었다.

외국 해운사들은 한진해운 사태로 국내 해운업계가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이 전체 환적 물량 감소로 동북아 물류 관문이라는 입지를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는 점도 문제다.

한진해운은 22일 미주·아시아 노선 관련 사업을 SM그룹 대한해운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양도 대상은 태평양 노선 운항사업 관련 영업·운영고객관리정보, 미국 중국 베트남 등 7개국 자회사, 물류운영시스템 등이다. 대한해운은 전날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영업 양도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키로 결정했다. 인수금액은 370억원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