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아현동에 사는 김모(52)씨는 1992년에 진 빚 100만원 때문에 빚 독촉에 시달리고 통장까지 압류당했다. 100만원 빚은 이자가 붙어 333만원까지 불어났다. 병을 얻어 일을 못하게 된 김씨는 빚을 갚을 도리가 없었다. 기초수급비 60만원은 생활비로도 빠듯했다.
암담한 상황에서 마음을 졸이던 김씨에게 지난 8월 초 북아현동 주민센터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동의 채무 상담서비스를 이용하라는 안내였다.
김씨는 동주민센터 소속 금융복지상담사의 안내로 장기연체된 부실채권을 사들여 빚을 탕감해주는 주빌리은행을 소개받아 빚을 전액 탕감 받을 수 있었다. 채무불이행으로 중단됐던 통신비 연체액 79만원도 해결했다.
김씨는 22일 “어려운 생활로 빚을 갚지 못했는데 금융복지상담사님의 도움으로 주빌리은행을 알게 됐다”며 “큰 도움을 받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생활비 등으로 전액 소진한 A씨(홍제동)는 상담사의 안내로 서울복지재단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의료비로 인한 빚과 소송으로 채무를 진 B씨(홍은동)도 상담을 통해 전세보증금으로 채무를 변제하고 SH공사 전세 임대를 받게 됐다.
생계형 채무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의 채무 구제를 위한 행정이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구청장 문석진)는 지난 8월 12개 동주민센터에 각 한 명씩 금융복지상담사를 배치했다. 이들은 동주민센터를 방문하는 민원인을 대상으로 금융 상담을 해 줄 뿐만 아니라 빚에 허덕이는 저소득층을 발굴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8월부터 10월 말까지 금융복지상담사들이 진행한 채무 상담은 138건에 달한다.
금융복지상담사들은 채무 변제 계획뿐만 아니라 추심이나 압류 등에 대한 대처, 생계 설계, 일자리 알선 등도 함께 제공한다. 1차 상담 후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신용회복위원회, 대한법률구조공단, 주빌리은행 등에 연계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기도 한다.
북아현동에 파견된 주덕순 금융복지상담사는“북아현동에는 기초생활수급자 300명과 한부모가정 70명이 있다”면서 “하루에 많을 때는 10건씩 상담 전화가 걸려와 바쁘긴 하지만 어려운 가정들이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서울 자치구 중 유일하게 각 동마다 금융복지상담사를 배치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금융복지상담사 사업이 11월 말로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주민 반응이 좋고 사업 성과도 높아서 종료시점을 정하지 않고 계속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서대문구, 동주민센터 소속 금융복지상담사가 빚 탕감 지원 등 생계형 채무 고통 주민 구제 “돋보이네”
입력 2016-11-22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