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대통령 공석… 국무회의 설전 시끌

입력 2016-11-22 18:10 수정 2016-11-22 21:33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모두 불참한 이번 국무회의에선 최순실 특검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이 심의·의결됐다. 윤성호 기자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 헌법에 정의된 국무회의는 행정부 최고 심의·의결기구다. 하지만 22일 진행된 국무회의는 혼란이 지속되는 현 대한민국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피의자로 전락한 의장(대통령), 언제 바뀔지 모르는 부의장(국무총리)이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국내외 주요 안건인 ‘최순실 특검법’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심의·의결했다. 야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무위원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정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제51회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참, 해외 방문에서 오후 귀국한 황교안 국무총리 일정 때문에 유 부총리가 결국 회의를 진행했다. 유 부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 6월 28일 제27회 국무회의 이후 5개월 만이고, 올 들어선 네 번째다.

국무회의에선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순실 특검법이 심의·의결됐다. 후보 추천 방식에 대해 중립성과 공공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원안대로 처리했다. 특별검사가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보완장치를 마련한 점, 대통령이 수용 의사를 밝힌 점, 다수 의원이 발의하고 찬성한 점 등이 고려됐다. 한·일 GSOMIA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구체적으로 현존하는 상황, 35개국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한 점 등을 고려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배석자로 참석한 박 시장은 작심한 듯 ‘쓴소리’를 퍼부었다. 박 시장은 두 안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지금 이 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져라. 국민인지 대통령인지 누구 편에 설 것인지 결정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무위원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퇴를 논의하는 게 정당하냐”고 반박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리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국정이 중단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 부총리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박 시장은 이후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최순실 특검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가했다. 특검법은 22일부로 즉각 시행됐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