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 헌법에 정의된 국무회의는 행정부 최고 심의·의결기구다. 하지만 22일 진행된 국무회의는 혼란이 지속되는 현 대한민국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피의자로 전락한 의장(대통령), 언제 바뀔지 모르는 부의장(국무총리)이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국내외 주요 안건인 ‘최순실 특검법’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심의·의결했다. 야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무위원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정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제51회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참, 해외 방문에서 오후 귀국한 황교안 국무총리 일정 때문에 유 부총리가 결국 회의를 진행했다. 유 부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 6월 28일 제27회 국무회의 이후 5개월 만이고, 올 들어선 네 번째다.
국무회의에선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순실 특검법이 심의·의결됐다. 후보 추천 방식에 대해 중립성과 공공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원안대로 처리했다. 특별검사가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보완장치를 마련한 점, 대통령이 수용 의사를 밝힌 점, 다수 의원이 발의하고 찬성한 점 등이 고려됐다. 한·일 GSOMIA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구체적으로 현존하는 상황, 35개국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한 점 등을 고려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배석자로 참석한 박 시장은 작심한 듯 ‘쓴소리’를 퍼부었다. 박 시장은 두 안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지금 이 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져라. 국민인지 대통령인지 누구 편에 설 것인지 결정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무위원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퇴를 논의하는 게 정당하냐”고 반박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리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국정이 중단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 부총리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박 시장은 이후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최순실 특검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가했다. 특검법은 22일부로 즉각 시행됐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피의자’ 대통령 공석… 국무회의 설전 시끌
입력 2016-11-22 18:10 수정 2016-11-22 21:33